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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Sep 06. 2020

브루클린


새벽 5시쯤 눈을 떴다. 일찍 눈이 떠진 건 아마 시차 때문이겠지. 사실 시차라 할 것도 없이 나는 너무 잘 잤다.


몸을 옆으로 돌려서 스마트폰을 봤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 앱에 들어가 즐겨찾기 해놓은 곳들을 둘러봤다. 대충 머릿속으로 3일 정도의 일정을 짜 봤던 것 같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사촌동생이 깰까 다시 도로 누웠다. 사촌동생은 언제 일어날까 하는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미적거리다 잠에 다시 들지는 못했다.


사촌동생이 일어나기 30분 전, 먼저 씻기로 했다.

전날 뉴욕에 왔지만, 1분 1초를 이불속에서 야금야금 다 써먹을 순 없었다.



사촌동생의 집은 뉴욕의 브루클린에 있다. 브루클린 안에서도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자리한 윌리엄스버그 지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지하철역 2곳과 밀접해 있어 교통도 용이했다. 또 유기농 마트를 포함한 대형 슈퍼마켓이 4개나 있어 가격, 품질 등을 비교해가며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살기 좋은 동네였다. 조금이라도 집에서 늦게 나오면 하교 시간과 맞물려 왁자지껄 떠드는 학생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럴 땐 정겨웠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흰색 잉크로 알 수 없는 글씨가 새겨있는, 색이 바랜 브루클린의 소화전들(왜 소화전을 깨끗이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비상계단이 테트리스나 장난감처럼 붙어있는 주택가, 짙은 다홍색 갈색 주황색 등 원색 그대로를 살린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는 , 그리고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는 해골 장식(지금은 12월. 핼러윈데이는 한참 지났는데?) 브루클린이 묻어 나왔다.



중학교 1학년 때 한창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 푹 빠졌었다. 제목 그대로 뉴욕시티 최상류 층에 있는 소녀들이 서로를 속이고, 뒤에서 루머를 생성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극 중 댄이라는 남자 캐릭터가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등장한다. 댄은 본인이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창피해한다. 댄은 극 초반 새로 사귄 여자친구인 세레나에게 자신의 동네를 보여주길 망설였다.



나는 댄이 걱정할 만큼 브루클린이 정말 형편없고, 도저히 살 곳이 못 되는 동네인 줄 알았다.


10여 년 후 직접 눈으로 본 브루클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화전마저 못 살게 구는 동네이지만, 비싼 물가와 집값을 버텨가며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하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제법 세련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완전 부자 동네야.”
 
사촌동생이 언급한 완전 부자 동네인 윌리엄스버그에서 한 카페를 찾았다. 윌리엄스버그에서 일하는 사촌동생을 따라나선 길이었다. 


이번 여행 콘셉트 중 하나는 ‘영화 촬영지 탐방’이다. 뉴욕에서의 첫 카페는 영화 <인턴>의 촬영지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카페가 극 중 언제 등장했는지 잘 모르겠다. 촬영 이후 카페 이름 비롯, 브랜드 다른 것으로 변경된 듯했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았다. 커피가 맛있어서겠지? 하는 신뢰가 생겼다.



영화 촬영지였다는 사실로도 만족한 지 오래였지만, 맛있는 커피 한 잔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아침식사는 <인턴> 한 잔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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