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프롤로그
추운 새벽이다. 몸은 으슬으슬 쌀쌀하다.
몸살의 여파로 이틀이나 침대에서 꼼짝 할 수 없었는데, 아직도 낫지 않았다는 말인가.
오후에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 우비를 꺼내 입었건만, 여전히 춥다.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 도로는 차로 빼곡하다.
런던의 빨간색 2층 버스. 나에겐 출근 버스일 뿐이다.
특별할 게 없는 버스를 기다리며 목도리도 다시 둘러보고, 비니도 고쳐 썼다.
버스는 왜 이리 안 오는 건가.
정류장에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둘 등장한다.
조금은 한적하고 어두운 이 골목에서 동지라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때마침 2층 버스가 왔고, 이미 만차이지만 꾸역꾸역 사람들을 태웠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런던의 새벽 공기는 다소 차갑고, 날카롭다.
어느 대도시의 공기가 그러하듯이 살갑지는 않다. 서울에도 있는 제2롯데월드 타워가 생각나는 복합고층타워 더 샤드를 볼 때면 이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지를 느낀다.
돈 벌기 참 힘들군.
새벽부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 사람들도, 나도 부지런히 먹고 사는구나.
오늘 손님들은 대체로 어떠했는지, 나는 투어를 잘했는지 스스로 자문하며 퇴근길 지하철에 오른다. 저녁 9시경의 지하철 공기는 정말 덥다. 두꺼운 우비를 팔에 걸친 채 지하철에 오른다.
런던의 지하철 냄새. 좁아터진 칸. 쾌쾌한 미세먼지. 익숙해졌다.
그런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건, 지하철과 버스에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무심하게 지하철을 타며 런던의 빨간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지는 튜브를 상상했을 때 희열감은 이제 사라진 걸까.
사람은 이렇게 둔하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서울에서의 기억들.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던 친구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하는 나를 위해 아침 점심 꼬박 챙겨주었던 엄마, 항상 맛있는 걸 사주셨던 언제나 든든한 아빠. 콩 한쪽도 나눠 먹기를 시전했던 동생.
그리움도 잠시 “Mind your gap” 튜브의 안내방송이 귓가를 울린다.
그러한 그리움도 다 이제는 쓸모없다. 런던행을 선택한 건 나였으니까.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이 도시의 새벽을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