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3화
"저희 투어사에서 만들고 가장 먼저 시작한 투어입니다. 여러분은 원조를 경험하시는 겁니다!"
인사할 때 항상 우리 투어사가 원조임을 강조하라는 회사 방침이 새롭게 생겼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미 예약사이트에선 '오리지널'이라고 표기를 해왔었다.
원조답게 투어에 '김밥' 주는 것을 포함시킨 건 우리 회사가 최초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 이유는 김밥이 365일 똑같고 일정하고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우리 회사는 직접 김밥을 만들어 제공한다. 학교에서 피크닉을 간다고 하니, 새벽부터 엄마가 바리바리 싸준 김밥이 새록새록 떠올려질 수밖에.
투어 특성상 하루에 4곳을 방문해야 하는데 1곳을 마무리하면 얼추 11시가 된다. 그때 김밥 도시락을 나눠준다. 김밥의 구성은 단출하다. 소시지, 단무지 그리고 계란. 가끔 맛살이 추가되면 럭키! 여기엔 숨은 내공이 있다. 바로 모든 재료가 한국 재료라는 점. 이게 뭔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맛의 익숙함과 심리적 편안함을 준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재료 단가를 줄이고자 한다면 진작에 다르게 했었을 것. 그런데 그만큼 인기가 있었을까? 싶다. 소시지의 경우 한국에서 늘 사 먹는 핫도그에 끼어있는 그 돼지 소시지이다. 유럽 사람들은 돼지, 소를 한국 사람들만큼 많이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들도 많기도 하고.
영국에서 핫도그 가게를 보고 좋아했던 적이 있다. 한 입 먹고 한국의 핫도그 맛이 나지 않아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소시지가 어육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핫도그 소시지는 돼지 소시지가 아니다. 영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슬림 사람들을 위한 어묵 소시지다.
김밥 제공을 알고 일부로 11시까지 아무것도 안 먹는 손님분들도 계신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빈 속인 데다 걸었기도 해서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나도 오늘은 좀 굶었다. 도시락을 열어보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부드러운 돼지 소시지가 코 끝을 자극한다. 한국의 맛이다. 영국에서 잠시 한국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