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20년 창궐한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내몰렸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구성원에서, 그리고 자존감의 바닥으로까지. 나도 내몰린 사람 중 하나이다. 2014년 여행사에 들어갔다. 3,000명 이상이 있는 큰 기업이었고, 네임밸류 때문인지 어른들이 좋아했다. 여행업의 특성에 맞게 사람들도 대부분 밝았으며, 워라밸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여기서 정년까지 다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회장과 임원진들이 그렇게 말했고 모두 그 말을 믿는 분위기였다. 사내에서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착한 사람들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사스도, 메르스도, 각종 불매운동도, 모두 유연하게 극복해내던 회사가 코로나 19를 넘어서지 못했다. 위기에 강한 회사였고, 대처가 빠른 나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고용이 불안해지고, 주변 사람들이 권고사직의 대상자가 되어갔다. 회사의 행보에 마음이 떠나갔다. 팀장님은 나에게 계속 좀만 더 버텨보라고 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래도 좋은 점은 있다. 휴직을 하면서 나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앞서, 매일 일하고 퇴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의 반복을 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동일시했다.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반복은 사람을 망각시킨다. 그런데 일을 쉬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앞으로 나를 위해 계속해나갈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반복적인 것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일을 벌이고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매출과 성과에 집착하는 업무들만 하다 보니 그것들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업과 일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평생직장, 정년 등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커리어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회사의 네임밸류나 직급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깊이와 범위에 대한 확장, 즉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큰일을 낼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평생 일할 거, 꿈을 꾸면서 도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새로운 일. 짜릿한 일. 10년 후, 20년 후까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브랜딩 할 수 있는 일.
나는 요새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주변 동기들은 대부분 연봉이 센 대기업, 워라밸을 보장하는 중견기업 등에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게 결혼하기에 좋고, 주변에 회사 소개하기에도 프라이드가 느껴지고, 보통 경력직이면 이전 회사보다 더 위를 가고 싶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기존 산업과 직무를 살리지 않을 생각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점수 맞춰서 대학과 전공을 고르듯이, 나는 기존에도 주어진 직무와 회사에 맞춰 나를 구겨 넣었다. 그러다 보니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회사생활이었다. 이제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면서 부딪치고 성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업으로 갔다고 해서 내가 경력직이 아닌 건 아니니까. 내가 쌓아왔던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저 새로운 일과 새로운 직무에 대한 목표가 주어졌을 뿐. 그리고 그 새로운 것들이 내가 바라고 원하는 바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차피 내몰린 거 기왕이면 더 재미있는 게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