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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5단계’ 이론

나의 죽음에 관하여

by 정성현

‘죽음의 5단계’ 이론,


이 이론은 무엇인가?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쿠블러-로스가 1969년 《On Death and Dying》에서 말기 환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시한 죽음에 직면했을 때의 심리적 반응 모델입이후(《On Grief and Grieving》)에는 상실(사별, 이혼, 실직 등)로 인한 애도 과정에도 널리 적용되었지만, 원래는 ‘자신의 죽음’에 직면한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1) 부정(Denial):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백

통보 직후 혹은 현실이 너무 벅찰 때, 마음은 현실을 잠시 흐릿하게 만들어 버팁니다.
“설마”, “그럴 리가” 같은 말뿐 아니라, 감정이 잘 안 느껴지는 무감각,

병원·장례 절차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의사가 말한 내용을 곧잘 잊거나, 평소와 똑같이 일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도 부정의 한 형태예요.


기능: 갑작스런 통증을 낮춰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는 걸 막는 초기 방어.


전형적 경험: 시간감각이 흐려짐, 멍함, 주변 소음이 멀리서 들리는 느낌, “꿈 같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태도: “내가 지금은 실감이 안 나는구나.” 하고 상태를 메모처럼 인정하기. 큰 결정을 미루고, 작은 일과(물·밥·걷기)만 유지.


가족·동료의 도움: 사실 확인을 짧고 천천히, 같은 내용을 반복해도 탓하지 않기. “지금은 실감이 안 나는 게 당연해요. 필요한 얘기는 제가 정리해 둘게요.”


부정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여유 공간입니다.

다만 너무 오래 머물면 치료나 의사소통이 지연될 수 있어, 작은 사실 하나

(예: “내일 오전에 서류를 낸다”)부터 천천히 맞닥뜨리도록 돕는 게 좋아요.


2) 분노(Anger): “왜 하필 나야?”라는 불공정감

슬픔이 아직 형태를 갖추기 전, 표면으로 올라오는 건 분노입니다.

운명·의료진·가까운 사람·심지어 자신을 향하기도 하고, 질투(다른 사람은 멀쩡한데)와 억울함이 뒤섞입니다. 때로는 까칠함·통제적 행동·사소한 일에 과민반응으로 나타나요.


기능: 무력감 속에서 에너지와 경계를 되찾으려는 시도.


전형적 경험: “다 소용없어!”, “아무도 몰라!”, “왜 이렇게밖에 못해?”


스스로에게: 분노의 밑바닥엔 상실의 아픔이 있음을 기억하기. 안전한 배출로(걷기, 소리 없는 외침, 종이에 적었다 찢기)를 마련하고, 갈등 mail·문자 즉답 금지 같은 자기보호 규칙 세우기.


가족·동료의 도움: 설득·논쟁보다 정서 반영: “그만큼 부당하게 느껴지시는군요.”

경계는 단호하되 친절하게: “저도 돕고 싶어서 여기 있는데, 소리치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10분 쉬고 다시 얘기해요.”


분노를 없애려 하지 말고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통로를 열어 주세요.

그 뒤에 숨은 두려움·상실감이 자연히 모습을 드러납니다.


3) 타협(Bargaining): 통제감을 되찾고 싶은 마음의 거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치기 직전, 마음은 조건부 약속으로 균형을 잡으려 합니다.

“이렇게만 해 주신다면 제가 … 하겠습니다.”, “그날만 아니었어도” 같은 만약

-가정과 의식/기도/약속이 늘어납니다. 어떤 분은 하루 루틴을 극단적으로 통제하며

“이걸 지키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믿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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