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짓기 Day 13

가장 슬펐던 날

by 박 윤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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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빠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제발 아무 일 없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집에 도착하니

아빠가 이미 돌아가셨다.


사랑했던 아빠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 말도 못 듣고

그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아침에 떠난 게

마지막이었다.

울음소리가 꺼이꺼이

나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하도 울어서

목소리가 안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렇게 떠나신 후

매주 미사를 가고

매주 산소를 가고

설 때, 추석 때, 기일 때

제사를 드리며

매번 울었다.

나는 나의 슬픔에 빠져

52살에 혼자되신 엄마가

곧 출산을 앞둔 언니가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동생이

그리고 아들을 먼저 보내신 할머니가

집안의 큰 기둥을 잃은 고모들이

어떻게 아빠를 떠나보내고

저마다 아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는지

생각조차 못했다.


사랑이 큰 만큼

슬픔이 큰 만큼

각자의 원망도 컸고

서로 충분한 위로도 건네지 못한 채

상처를 건드리고 잠재우고

그러다 덧나기도 했던 것 같다.

슬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울지 않게 되었다고

괜찮아진 건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하늘을 보다가

그렇게 여전히 문득 아빠가 보고 싶다.

그렇게 여전히 일상에서

아빠를 만나면서

못다 한 말을 고백하면서

이별 중인 것 같다


그 후로 난 결혼을 했다.

아빠를 만나지 못한 남편과

할아버지를 알지 못한 딸에게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고

또 엄마가 할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도 아빠처럼

그 사랑과 그 마음을 전하고자

애를 쓴다.

위령 성월의 기도는

기도할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를 위한 기도라기보다

아빠가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 같다.

연도 할 때에도

돌아가신 부모를 위한 기도를 드릴 때에도

괜찮다고

이젠 슬퍼하지 말라고

아빤 아주 잘 지낸다고

내게 들려주시는 말씀 같다.

슬픔이 결코 기쁨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슬픔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내게 기쁨을 주고,

감사를 주고

사랑을 준다.


슬픔은 결코 소멸되지 않은 채

그 슬픔 안에서 조금씩 나를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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