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일기 한 달 간의 여정

여정의 마무리에서

by 박 윤여재

오랜 시간 교회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이 중단되었고

전례 없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저는

개인적으로 신앙의 성장을 배우는 중입니다.

익숙한 기도, 습관적인 미사, 주어진 성당 활동들이 버거워질 무렵

마치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것이 일시에 중단되었습니다.

저 또한 그 안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혼란스럽고 당황했습니다.


전에 신부님께서

우리의 삶에서 천국과 지옥은 공간적 의미의 구분일 뿐

어찌 보면 같은 곳인데

누군가에겐 천국이 되고

누군가에겐 지옥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주어진 이 고통의 시간이야말로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축복’ 글과 영상을 오래도록 읽고 보며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저녁이 되었다.”(마르 4,35) 이렇게 우리가 들은 복음은 시작됩니다. 몇 주 전부터 저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짙은 어두움이 우리 광장과 길거리와 도시로 몰려들었고, 우리 삶을 벙어리가 되어버린 침묵과 황폐한 허무로 사로잡아버렸습니다. 그건 지나가는 모든 곳을 마비시킵니다.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저녁이 되었다'라는 첫 구절은 묵상할 때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모든 것이 깜깜한 어둠뿐이라는 생각에

여기서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만 들었습니다.


2.


제자들은 주님을 믿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분을 부릅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분을 부르는지 봅시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하지 않으십니까?”(38절) “상관없으십니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관심이 없으시다고, 돌보지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이에서, 우리 식구들 안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당신은 내가 상관없어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입니다. 이건 가슴에 상처를 주고 돌풍이 일게 만드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흔들리셨을 겁니다. 그분보다 더 우리를 걱정하는 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분을 부르자마자, 신뢰를 잃은 제자들을 살려주십니다.


묵상을 하며 언제나 그랬듯이 원망에 가득 차

더 크게 더 절실하게 주님을 부르며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묻고 또 물었습니다.


이런 저를 주님께서는

성경공부 자리로 다시 불러주셨습니다.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은 영상 콘텐츠가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 19를 계기로

다양하고 깊은 콘텐츠들이 많아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성경을 꺼내 놓고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신부님들의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오래전 배웠던 성경공부와 달리 진짜 성경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 마음이 더 절실했던 까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부님들께서도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이 시대에 비추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본당에서 성경 공부를 할 때에는

‘의심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 말이 부담되어 오히려 성경공부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읽을수록 궁금하고 의문점이 많았는데...

이럴 바에 차라리 안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통해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성경을 그저 수동적으로 읽지 말고 '왜?'라는 물음을 갖고

능동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라는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끊임없이 묻고 그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신학이란 '좋은 질문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첫 동화책을 읽듯

첫 성경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3.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모두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동시에 같이 노를 젓고, 모두가 서로 격려가 필요한 가련한 사람들이라는 중요하고 필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혼자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성경공부를 하면서

시몬 신부님의 온라인 신앙 일기 과정을 알게 되었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주님께서 큰 계획을 짜고 저를 이곳에 불러주신 것처럼

그전에 많은 과정과 공부를 통해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된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혼자서 공부하고 기도하고 묵상했더라면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을 작업을

신부님 그리고 형제자매님들과 함께 격려하고 보듬으며

한 달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아름다움과 힘을 든든히 느낄 수 있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4.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주님, 오늘 저녁 당신의 말씀은 저희를 건드리고 저희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당신께서 저희보다 더 사랑하시는 저희의 이 세상 안에서, 저희는 강하고 마치 불가능이 없다는 듯,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익을 탐하며, 저희는 만사가 자신을 흡수하고, 서두르다가 방향이 틀어지게 그냥 두었습니다. 당신께서 경고하실 때 저희는 멈추지 않았고, 전쟁과 세계적 불의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가난한 이들과 중병이 든 우리 지구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병든 세상에서 언제나 건강할 거라 생각하며 무정하게 달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매일의 주제 질문을 읽고 성찰하며,

비로소 내 삶을 돌아보고

모르는 채 무심코 저질렀던

많은 잘못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해, 관계에 대해, 일에 대해, 환경에 대해

나 중심적 생각에 사로잡여

얼마나 무심하고 게을렀는지 통렬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5.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매일매일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공포심 대신 공동책임의 씨를 뿌리려 애쓰면서 희망을 퍼뜨리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일상의 작은 몸짓으로 어떻게 위기를 감당하고 헤쳐 나가는지를, 습관을 고치고, 눈길을 들고, 기도를 재촉하면서 보여주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든 이의 유익을 위해 기도하고, 봉헌하며, 전구 하는지요. 기도와 조용한 봉사는 우리가 승리하게 돕는 무기들입니다.

그렇게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 모든 것에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밖으로, 타인에게로 향했던

뾰족하고 날카로운 촉들이 무뎌지며

다시 내 안을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네 탓이오를 외치던 원망이

내 탓이오를 외치며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6.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의 돌풍 가운데서, 모든 것이 난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에 확고함과 도움과 의미를 줄 수 있는 연대와 희망을 일깨우고 가동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파스카의 신앙을 일깨우고 살려내시기 위해 잠을 깨십니다. 우리에게는 닻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커다란 주님의 은총이고 계획이셨는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더 절실히 깨닫고 저절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코로나 19라는 처절한 고통을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해 주시고

성경공부와 신앙 일기에 초대해주시고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하지만 좋은 이웃 공동체를 통해 사랑하고 감사하며

함께 다시 시작할 희망을 주셨습니다.

+ 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감사의 마음이

일시적인 생각에 머무르지 않도록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행동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신부님과

저희 신앙 일기 공동체에게

더 큰 사랑과 평화 주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ps.

긴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윤종신 정인의 '오르막길' 생각납니다.

...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에 만나 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https://youtu.be/OzCaD88h8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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