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5
올해 처음 시골로 내려왔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어머니에게 요리해 달라고 해야지.
달걀, 식빵, 생닭, 바나나, 두부, 콩나물.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
차에 싣고 다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방바닥의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세상 포근하고 따뜻한 방바닥 라이프.
고개를 돌리니 창밖 풍경이 눈에 담긴다
휴대폰 화면 속에 폭 담겨 있다가
넓게 펼쳐진 풍경을 마주하니,
몸도 마음도 포근해진다.
오자마자 배고플 새라
식탁 위를 하나 둘 채워주셨다.
허겁지겁 주워 먹으니,
시골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
집 앞 텃밭에서
싱그러운 배추 하나, 브로콜리 하나를 싹둑 잘라 가져 왔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며
코끝에 겨울 냄새가 스며들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배추 밑동이 얼어있다.
녹여뒀다 이따 먹어야지.
식탁 위에 올려두니
언 부분이 금세 싱싱함을 되찾았다.
겨울에 가장 맛있는 알배추로
무엇을 해 먹을까나.
어머니가 작정하셨는지,
김치 굴전을 연신 부쳐 내셨다.
양파, 마늘, 김치, 감자전분,
그리고 바다에서 직접 캐와 해감한
비단조개까지.
몸에 좋은 재료는
아낌없이 듬뿍 담은
엄마표 김치 굴전.
김치굴전과 담백한 김치찌개 호로록 먹었다.
조개를 넣은 김치찌개는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든든한 배를 어루만지며
따뜻한 장판 위에 몸을 뉘운 사이.
내가 좋아하는
엄마표 설탕 코팅 식빵이 등장한다.
정제되지 않은 원당을
계란 입힌 식빵에 살짝 코팅해서 주는
다정한 엄마표 계란 식빵.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함이 입안 가득 사르르 퍼진다.
미슐랭 레스토랑 못지않다.
도저히 배가 불러 견딜 수가 없었다.
배 꺼지게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
찬 바람이 볼을 스치며
상쾌하게 기분을 깨웠다.
바람이 차가운 해변에 게들이 토해낸 몸 크기만 한 모래 알갱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삶의 무게를 견디다 쏟아낸 설움처럼
너희도 매일같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눈길을 돌리자,
파도가 잘게 부서지고 있다.
하얀 거품이 내 근심과 걱정을
모두 씻어주는 것 같다.
어머니가 해주는 닭 요리가 먹고 싶어
직접 사 온 생닭 한 마리.
잡내를 없애기 위해
술에 초벌로 한 번 삶은 후,
감자, 양파, 당근 등
몸에 좋은 재료를 듬뿍 넣어
완성된 닭볶음탕 짠.
오늘 입이 제대로 호강하는 날이다.
남은 닭요리는 집 앞 베란다 앞에 두었다.
언제 왔는지 고양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식사에 열중하고 있다.
추운 겨울, 묘생아. 힘내라.
칼칼한 목을 달래줄
흑마늘 꿀을 넣어 만든 꿀도라지차
도라지의 씁쓸함과 달콤함이 온몸을 데워준다.
싱어게인 3에서 열렬히 응원했던,
홍이삭이 무대에 나왔다.
잊고 있었는데,
애정하는 가수가 등장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게다가 전유진도 함께 나왔다.
유튜브에서 음색에 취해
즐겨 듣던 두 가수가 서로 맞붙었다.
전유진은 미스트롯 2에서 응원했지만
도중 탈락해 아쉬웠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현역가왕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언제 우승했니?
늦은 밤,
귀 호강하는 밤이다.
행복이 뭐 별 건가.
오늘처럼 맛있는 밥을 먹고
운동도 하고 햇볕도 쬐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그렇게 별일 없이 무탈하게
하루를 잘 보내는 게 바로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