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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생 Feb 18. 2024

성적? 적성?

 2월은 신학기 준비로 바쁘다. 교육과정도 새롭게 구성하고 아이들과 상담도 진행한다. 늘 하는 고민이지만 성적이 먼저냐, 적성이 먼저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아하는 학과를 선택하라고 등을 떠밀지만 대학의 순위가 있어서 결정이 만만치 않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그나마 쉽게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담임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마음은 다 같다.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금상첨화다.     


  『삼국사기』에 어떤 화가 이야기가 있다.     

  솔거(率居)는 신라 사람인데 출신이 한미하여 집안의 내력은 모른다. 그가 황룡사(皇龍寺) 벽에 늙은 소나무를 그렸는데 몸체는 비늘처럼 터져있고 가지는 구불구불했다. 까마귀·솔개·제비·참새가 그림에 앉으려다가 떨어지곤 했다. 세월이 지나 그림이 거무튀튀해지자 승려들이 단청으로 덧칠했더니 그런 일이 없었다. 경주 분황사(芬皇寺)의 <관음보살>과 진주 단속사(斷俗寺)의 <유마상>이 그의 작품으로 신비로운 그림으로 전한다.     


  솔거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는데 새들이 진짜인 줄 알고는 앉으려고 했다니 그의 그림이 과연 명작이겠다. 그가 분명 양반가의 자손이 아니라는 사실은 “출신이 한미하여 집안의 내력은 모른다.”라는 말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림이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배우려면 재주가 있어야 하고 금전적인 뒷받침도 되어야 한다. 그런데 새들도 속아서 내려앉을 만큼 사실적인 그림이었으니 아마도 그의 재능을 알아본 어느 스승이 수제자로 삼았지 싶다. 다만 그 그림들이 그만 전해지지 않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는 미술대학에 가겠다는 학생이 몇 있는 것 같다. 중학교 때 동네 벽화 그림 봉사를 했다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벽화 옆으로 그와 함께 한 선생님이 보인다. 그의 이끎이 없었다면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지금껏 가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변의 영향력을 받는다.      


  솔거는 황룡사 벽에다가 용처럼 비늘이 터져있고 구불구불 하늘로 올라가는 늙은 소나무를 그렸다. 비록 가난하게 태어났으나 자신의 재능을 벽화 그림을 통해 알렸고 그 일로 여러 유명 사찰에 초대되어서 그림을 원 없이 그렸으니 그만하면 행복한 삶이라 하겠다.     


  아이들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행복해지는 세상이라면 ‘명문대학’이라는 말은 쑥 들어갈 것이다. 오로지 답을 고르는 일에 익숙해서 몇몇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대학은 성적 되는대로 간단다. 영문도 모르고 영어 문제를 풀고 시를 갈기갈기 찢어 서사시, 서정시, 자유시로 분석하고는 답을 찾았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행복의 길로 데리고 갈 일이 꿈같다. 사실 나도 성적대로 영어를 전공했지만, 오십이 넘은 지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행복한 길을 찾아서 다행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해주어야 한다. 교직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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