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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Feb 02. 2016

#4.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속도의 중요성


서로 호감을 갖고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흔히들 썸이라고 일컫는)은 사랑과 연애, 결혼, 이 모든 것을 통틀었을 때 가장 설레면서도 가장 머리아픈 순간이다.


이 순간을 겪고있는 모든 남녀들은 '속도'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에게 다가가는 속도, 답장을 하는 속도, 손을 잡는 속도, 고백하는 타이밍에 대한 속도. 이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에 따라 두 남녀의 감정은 에펠탑 꼭대기에서 지하 4층 어두컴컴한 주차장까지 오르락내리락 한다.


첫 입맞춤 후 그는 자신이 일하는 카페로 날 초대했다. 당시 그 카페는 낮에는 커피, 저녁엔 바로 변신해 맥주와 칵테일을 마실 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난 그 카페에 가서 마무리 중인 그를 기다렸다. 그의 친한 형이었던 사장은(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맛있는거 많이 먹고 놀다가"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칵테일 한잔을 만들어줬다.


손님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후 우린 둘만 남아 카페 한켠에 자리잡고 맥주를 마셨다. 카페내 중앙에 커다란 스크린이 있어 영화를 켜 둔채 술을 마셨다. 어떤 영화였는지, 어떤 스토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카페 안은 고요했고 우린 마음놓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주보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 손을 잡고, 옆에서 바라봤다. 연애기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지금도 기억된다.


고요했지만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고, 유쾌했지만 신이 난 정도도 아니었다. 추운 초겨울이었지만 따뜻했고, 꼭 잡은 손은 한여름처럼 뜨거웠다.


뜨거움은 곧 우리의 첫키스로 이어졌다. 이 남자와의 키스가 내생애 첫키스는 아니었지만 난 소녀처럼 부끄러웠고 그 부끄러움은 곧 설렘이 뒤섞인 행복함으로 뒤바꼈다.


연애에 있어서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남녀들이 속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세상에 아픈 사랑은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그도 그랬고, 우린 고요했던 카페 안에서 느낀 감정으로 인해 그동안 밀고 당겨왔던 속도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난 그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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