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아줌마가 말한 대로 파출소 왼쪽으로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간판 사이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걷는 소화의 발걸음은 빠르게 움직이는 눈동자와 달리 갈수록 느려졌다. 소화의 눈에는 세련된 머리와 멋진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모두 이방인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근심 걱정 없이 즐겁게 살려고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 한동안 멋진 사람들에게 정신이 팔려서 걷고 있던 소화의 눈에 미장원이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소화는 용기를 내서 미장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떤 머리를 하시려고요?”
“죄송한데요. 저는 머리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혹시 일할 사람이 필요한가 해서요.”
“일을 한다고요?”
“네.”
“우리 미장원은 더 이상 일할 사람이 필요 없어요. 보시다시피 2명이면 충분하거든요.”
“잘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소화가 미장원 문을 열고 나서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요. 미장원에서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아뇨. 없어요. 전 미장원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려고요.”
“아! 시다요?”
“그러면 잠깐 기다려 볼래요. 시다를 구한다는 미장원이 있긴 한데 구했는지 전화해 볼게요.”
긴 통화를 끝낸 원장님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소화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함소화라고 합니다.”
“이름이 참 이쁘네. 함소화씨는 이 미장원으로 가 보세요. 좀 전까지 여럿이 면접 보고 갔는데 아직 결정은 안 했다고 하네요. 면접 본다고 해서 함소화씨가 채용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감사합니다.”
소화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 원장님이 알려준 미장원을 찾아서 밖으로 나왔다. 미장원은 압구정에서 제법 커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화로 챠밍 원장이 말한 함소화씨인가요?”
“네. 제가 함소화입니다.”
“왜 미용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미용사가 되고 싶어요. 문을 열고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행복한 마음으로 나가는 손님들을 보면 저도 행복할 것 같아요.”
“미용 기술도 단계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알고 있나요?”
“맨 먼저 시다 일부터 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시다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인데.”
“각오하고 왔습니다.”
“어디에서 왔어요?”
“충남 예산에서 왔습니다.”
“예산이라면 사과가 유명한 곳 아닌가?”
“네.”
“좋은 곳에서 왔네요. 그럼 잘 곳은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잘됐네. 여기에서 먹고 자는 것으로 하면 되겠네요.”
“정말요? 제가 합격한 건가요?”
“네. 축하해요.”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장님은 소화를 면접 보고 나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채용했다. 당사자인 소화도 놀랐을 정도로 빠르게 결정이 되었다. 미용실에는 소화와 같은 또래인 민아가 먼저 와 있었다. 민아는 경남 진해에서 3일 전에 올라왔다고 하였다. 이후로 소화와 민아는 둘도 없는 동고동락하는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