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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시다 생활

소화와 민아는 미장원에 딸린 방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방의 크기는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 충분했다. 소화와 민아처럼 시골에서 올라와서 갈 곳 없는 사람들한테는 궁궐 같았다. 또한 미장원에서 먹고 자는 관계로 돈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미용을 연습할 시간이 충분했다. 


소화와 민아의 일과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되었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연탄불부터 갈았다. 자는 방은 물론이고 미장원 홀에 있는 난로의 불도 피워야 했다. 미리 난롯불을 피워놓아야 출근했을 때 바로 일을 시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바닥을 다시 한번 더 쓸고 닦았다. 소파와 화장대도 손 걸레질로 닦았는데 거울은 반질반질하게 윤기 나게 신경을 써서 닦았다. 손님들이 머리를 할 때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원장님도 손님이 앉은자리와 거울은 가장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하였다. 그리고 나면 어젯밤에 빨아 놓은 수건들을 걷어서 차곡차곡 개어서 수건 함에 넣어 두었다.


9시가 되면서 미장원 식구들이 출근하였다. 소화와 민아는 막내이고 미장원 안에서 숙박하는 관계로 다른 사람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해서 미장원 문을 열었고 퇴근도 1시간 늦게 하면서 뒷정리까지 하였다. 소화와 민아는 바쁘고 힘든 나날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했다.     


오늘도 소화와 민아는 출근하는 미장원 식구들을 맞이하였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음. 오늘도 수고.”


인사를 받으면서 제일 먼저 원장님이 출근하였다. 원장님은 미장원에서 가까운 빌라에서 사는데 아직 미혼이다. 일에 있어서는 깐깐해서 까다롭다고 소문이 났지만 그만큼 배울 점이 많았다. 뒤를 이어 고참인 이진아, 김미숙, 양숙희 언니들이 출근했다. 작년까지는 미장원에서 살았는데 올해는 방을 얻어서 3명이 함께 자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해라. 2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지만은 않을 거야.”


이어서 박상미 선생님이 출근했다. 박상미 선생님은 미혼이라 출근할 때도 여유로웠다. 


“안녕하세요!”

“응. 좋은 아침이지. 오늘도 잘 부탁해.”


박상미 선생님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장원 안으로 들어왔다. 맨 마지막으로 고민정 선생님이 출근했다. 고민정 선생님은 결혼해서 아이가 3명이나 있어서인지 정신없이 출근하였다.


“안녕하세요!”

“응. 오늘도 내가 꼴찌로 출근했지. 막내가 잠을 자지 않고 밤새 보채서 선잠을 잤더니 지금도 몽롱하네.”


고민정 선생님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왔다. 미장원 식구들이 모두 출근하면 9시 10분에 조회를 했다. 원장님이 전달할 사항을 말하고 나면 건의 사항이나 기타 사항에 대해서 자유롭게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모두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짧아도 의사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조회가 끝났다. 곧이어 카세트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물론 음악과 커피 담당도 소화와 민아의 몫이었다. 커피는 커피, 설탕, 프리마의 2:2:2 황금비율로 타야 맛있었다.      


오늘은 조회가 끝나고 커피 타임이 끝나기도 전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주가 설날이라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도 손님들이 많았다. 소화와 민아는 손님이 미장원에 들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원장님이나 디자이너 선생님에게 안내했다. 손님이 안내된 의자에 앉으면 손님의 외투를 받아서 옷걸이에 걸었다.


“원장님 예약 손님이 오셨어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은 어떤 머리로 해 드릴까요?”

“다음 주가 설날이라서 시댁 가니깐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해 주세요.”

“여기 커트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원장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아 언니가 커트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원장님은 가위를 잡더니 커트를 치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원장님의 가위질 소리는 경쾌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까지 좋아졌다. 정확하면서 빠른 원장님의 솜씨로 손님의 머리는 금세 단정한 커트 머리로 바뀌었다.


옆에서 진아 언니가 파마할 수 있도록 세팅해서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파마를 말 수 있었다. 원장님이 파마하는 속도에 맞추어서 진아 언니는 구르프를 원장님에게 건네주었다. 원장님이나 디자이너 선생님 옆에서 보조하려면 최소한 시다 생활을 2년 이상을 해야만 할 수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있던 소화는 원장님이 구르프를 다 말자 손님에게 다가갔다. 


“커피나 차 드릴까요?”

“괜찮아요.”

“파마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잡지책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좋아요. 최신 호로 가져다주세요.”


소화는 잡지책을 손님에게 가져다주고 나서 머리카락이 떨어진 바닥을 다시 쓸기 시작했다. 민아는 들어오는 손님을 박상미 디자이너 선생님에게 안내하고 있었다. 쉴 틈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뒷정리도 1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가장 힘든 것은 많은 수건을 겨울에 빠는 것이었다. 따뜻한 물이라도 넉넉하면 괜찮은데 낮에 파마 손님이나 염색 손님이 많았던 날에는 더운물이 떨어져서 차가운 물로 수건을 빨아야만 했다. 꽁꽁 언 손을 난롯불에 녹인 다음 찬물로 빨기를 반복해야 했다. 미장원의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하는 소화와 민아의 일상은 언제나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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