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 paranoid - 산문시
1.
공황(1)
집을 나서니 사람들의 시선에 붙잡혔다.
몸이 가려웁고 가게 간판의 번쩍이는 조명들이
시신경을 죽이고 뇌신경을 마비시키고. 아, 주사가 필요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 저기 폐휴지를 끌며 담배 피시는 할아버지가 보여.
멀리 떨어졌는데도 담배연기가 내 코에, 식도에, 폐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어.
"또 시작이니.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 어머니의 숨결이 내 귀에.
새장안에 갇힌 새처럼, 노트 위를 기는 개미처럼, 지갑에 쌓인 먼지처럼.
시계를 매만지다 걸음을 내딛으니 어느새 쓰러졌어.
엄마. 난 죽음이 두렵지 않은데, 고통이 두려워.
나는 왜 태어났어. 나를 왜 낳았어. 태어나자마자 수술대 위의 칼로 찌르지 그랬어.
그땐 아픔을 몰랐을 거 아냐.
유산됐다면 좋을텐데. 내 공황장애가, 엄마가 남긴 유산인가?
2.
편집증
우스갯소리로 던진 가시돋힌 말에
자신의 심연을 내려다보듯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
하늘을 본다.
하늘은 나를 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만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3.
공황(2)
집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에 붙잡힐걸
몸에 두드러기가 호박처럼,
정전기를 일으킬걸
주사 놓을게요
따끔해요
고통은 잠깐이니까요
흡 들이마신 숨엔
아버지의 연기
어머니의 숨결
두근거리는 심장
* 전 정신적인 문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