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에 선발된 여중생에 대하여
나는 페미니즘을 포함한 여성 인권 운동을 지지한다. 다만 사회 운동 전반에 대한 학술적인 지식이 부족하기에, 이 글에서는 과학철학적 페미니즘 담론보다는,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공계 엘리트 사회 속 여성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영재학교, 서울대학교 이공계, 그리고 국제물리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개인적인 여정을 토대로, 최근 화제가 된 "IMO 국가대표에 선발된 여자 중학생" 사례를 중심으로 수과학 분야에서 여성 영재의 저조한 비율과 그 배경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제64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 대표로 20년 만에 중학생이, 그리고 8년 만에 여학생이 선발됐다. 일반적으로 국가대표 5~6인은 모두 남학생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여학생이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할 중요한 사회적 단서가 숨어 있다. 이 글은 그 숨은 진실을 조명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과학을 못한다"는 식의 주장이 과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가? 영재학교의 성비를 보면, 학생 5명 중 1명꼴로만 여학생이 존재하며, 어떤 학교는 10:1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는 이공계 최상위 영재 집단에서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생물학적 차이인지, 아니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회적 불균형(일명 ‘기울어진 운동장’)의 잔재인지에 대한 해답은 사회과학이 탐구해야 할 과제다.
최상위권 영재 표본은 워낙 적어 단순한 통계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매년 영재학교 입학생은 전국적으로 약 1000명. 이 중 여성은 약 2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실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학생은 더 적다. 예컨대 수학, 물리 국가대표 10인 중 여성은 많아야 한두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여성은 이공계 재능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능은 단순히 성과로 환원될 수 없다. 특히 국가대표 선발에서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지만, 진정한 재능의 핵심은 ‘퍼텐셜’, 즉 발전 가능성에 있다.
올림피아드를 경험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국가대표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절대적인 공부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여학생이 감성적인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자라는 경향, "남학생이 수학을 더 잘할 것이다"라는 어른들의 무의식적인 기대, 그리고 부모와 교사의 인식 차이 등이 공부 시간과 동기 부여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성과의 차이는 선천적이기보다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기대치, 그리고 지속적인 지지 구조의 유무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한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넌 왜 그렇게 까다로운 걸 좋아하니?"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사회. ‘영재’가 성별과 무관하게 정의되고, 재능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성숙하게 마련된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한 명의 여중생 국가대표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이공계 교육 구조와 성 인식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평등한 경쟁'을 바란다면, 단순한 숫자의 비교를 넘어, 그 이면의 구조와 배경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