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룩, 끼루룩

by 이준서

끼룩, 끼루룩


이준서


생각이 넘치게 나를 잠식할 때


까마귀가 머리칼을 쪼아댄다.

이마 끝, 구렛나루 즈음에

잎사귀 몇 장과 철사 한 가닥,

거기, 새 집을 짓는다.


잔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까룩, 끼루룩 - 대답도 없이
구렛나루가 된다.


구렛나루도 잘라드릴까요?
네. 시원하게 쳐주세요.


미용실을 나서니 비둘기들이 겹쳐 보인다.

쥐색 비둘기 옆에 연한 회색 비둘기

흰색 비둘기는 타이어에 눌려있고

고양이가 킁킁대며,
핏 자국 주위를 천천히 돈다.


까마귀를 피해 날아온걸까

도심엔 비둘기가 널려있다.

그 연홍색 발처럼
내 뺨도 붉게 물들고

뜯다 만 손톱엔 핏자국이 맺힌다.

곁에는 반쯤 찢긴 과자봉투

내 심장은

바스락거림이 쿵쾅이며



* 까욱 꺄우욱 - 신대철 저. 무인도를 위하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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