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자 사이에서

by 이준서

교생실습을 마친 사범대생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있다면, 일생토록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싶은 감각이다. 학생들은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해준다. 스쳐 지나가듯 던진 말 한마디가, 그들에겐 무엇보다 다정한 귓속말처럼 들린다. 나는 그저 별 볼일 없는 대학생일 뿐인데, 좋은 어른으로서 바라봐주는 그 시선에 감격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교사라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던 이들도, 이 사랑에 이끌려 결국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곤 한다. 학자는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개의 학자들은 결국 세계를 사랑한다. 인간에게 상처받아 학문에 몰입한 이라 해도, 그 몰입의 끝에는 언제나 ‘세계의 발전’이라는 믿음이 놓여 있다. 내 연구가, 내 과학이, 인류의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념.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자, 그들이 꿈꾸는 ‘인간됨’의 형상이다. 조금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결국, 학자도 사람이다 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그들 역시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


사범대학 재학생들 중에는 종종, 학자와 교사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교사는 학교라는 구조 안에서 매년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의 인생에 깊이 개입한다. 그들은 아직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존재들이다. 그만큼 교사는, 그들의 삶에서 부모만큼이나 중요한 존재로 기억된다.

그 많은 학생들과 주고받는 사랑은, 결국 세계를 향한 사랑과도 맞닿아 있다. 학자 또한 세계를 사랑한다. 그들은 누군가를 직접 마주하지는 않지만, 학문이라는 경로를 통해 누군가의 삶에 위로와 영감을 건넨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길, ‘세계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학자든 교사든, 모두 아름다운 선택지다.


이 글은 어떤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그저, 내가 끊임없이 품어온 고민 ― 학자와 교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마음을 한 번 구체화해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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