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심해와 같은 깊은 마음을 발견해주기를

애도의 시간 8 > 8월 22일 일요일

by 결 디자이너

어머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4시간이 아니다. 생체리듬에 맞춘 시간대로 깼다, 잤다, 통증 호소를 반복하며 거기에 맞출 뿐이다.


일요일 오전 보호자 교대로 병실에 들어왔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등 쪽으로까지 넘친 복수가 뭉친 자국이 불룩불룩 했다. 부은 종아리와 발은 만지는 대로 쑥쑥 들어간다. 먹은 족족 구토를 하시고 입 속은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항구토화제를 처방받고도 입 속에는 거즈나 얼음을 물고 있어야 했다. 목소리는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시는지 귀를 갖다 대도 잘 못 알아들을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새벽 2시. 어머니 컨디션이 좋다. 이 귀중한 시간대를 잡아 어머니와 마음에 닿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과연 국가 유공자인 아버님의 묘지에 같이 묻히고 싶어 할까. 어제 가족회의에서 어머니는 아버님과 같이 묻히기 싫어할 것 같다고, 큰형님한테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진심인지 다시 확인하라고 나에게 오늘 임무가 정해졌다.

어머니가 바다에 뿌려지고 싶은 이유를 물어봤다.


“바다에 뿌려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어디든지 가면서 살고 싶어. 아버님은 아니라고 하지만 너무 억눌려 살았어.”

“어머니. 아버님한테 꼭 하고 싶은 말 남기세요. 내일 면회 오신다는데 목소리 안 나오시니까 편지로 제가 써서 드릴께요. ”


어머니의 목소리를 받아 적으며 이런 생각을 하실지는 정말 의외였다.

“남은 평생 내 혼과 같이 살아줘. 이러면 내 욕심일까?”하고 물어보시는 어머니.


“괜찮아요. 어머니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면 욕심은 아니죠.”

다 쓰고 한번 읽어드렸더니 국어책 읽듯이 딱딱한 마음으로 쓴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부드러운 말투로 쓴 거라고. 어머니의 진심을 발견하는 순간,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병실에서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처음으로 얘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 의류 봉제 일을 하시다가 결혼 후 집에만 있기를 바라는 남편의 반대로 사회 생활을 못해 본 것이 아쉽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께 이런 말을 했다.


“저의 엄마는 사회생활에 몰두하셔서 저는 엄마를 항상 그리워하고 미워하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제일 행복했던 때가 아이들 간식해주던 때라고 하셨죠. 집에 오면 매번 다른 간식을 해주며 맞이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오빠나 형님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컸을까요. 엄마가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어 주셨던 것. 저는 부러워요. 어머니 최고로 잘하셨어요~~”


어머니와 마음이 닿는 얘기들을 하고 싶었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돌아가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는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나는 스무살 때 엄마를 거제도 앞바다에 뿌렸다. 엄마의 고향에서 자유롭게 살라고. 어머니가 바다에 뿌려지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엄마가 그리웠구나. 그래서 어머니는 외롭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구나.


모든 사람에게는 심해와 같은 깊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은 세계 명소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심해와 같은 깊은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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