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포레스트 꿈지기의 공감노트
꿈결아트로 시작하며 딸에게 풀어놓은 장황한 썰들.
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흔 넘어서까지 이런 사춘기 같은 고민의 답을 찾지 못해 방황했던 나의 질문이다.
회사원말고 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를 먹었다하더라도 그것이 가짜로 살았던 거라면? 이걸 인정하지 못했다.
'진짜 나를 찾을꺼야'라는 질문을 마흔에 다시 하게 된 건 나에게 큰 충격이며 한단어로 정의내려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인간은 한번 조각한대로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이다. 자기정체성은 죽을 때 발견될 지도 모른다. 이미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중 3, 초6의 딸을 예쁘게 키우고 싶어서 중학교 입학전에는 수학 연산은 다 떼야 하지 않나? 하며 연산학원을 보냈고, 줄넘기를 해야 키가 크는데 하며 태권도 학원을 보냈고, 악보는 좀 봐야하지 않나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그 시기에 적절하게 다른 엄마에 뒤쳐지지 않게 나름의 시켜야 할 것은 꼼꼼히 따져 가며 보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빠진 게 있었다. (남한산성에 이사오고는 모든 학원을 끊었다.)
무엇을 가르치면 좋을까가 아니라 아이는 무엇을 좋아할까를, 어디에 호기심이 있나 질문하고 관찰하는 게 빠졌다. 학교, 학원선생님이 다 알아서 해줄지 알았다. 적절한 삶의 지혜를 깨우치는 질문들을 어른들이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수학공식, 한국사 연도 외우기등 지식만 쌓게 된다. 지식만 쌓다가 자기다움을 모르고 사는 엄마꼴된다.
나와 같은 뒤늦은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그럼 언제부터 이런 고민을 시작해야 할까?
'남의 생각'이 아닌 '나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것.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중학교때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게 길게 보고 나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는 것은 중학교 때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찾으려는 강력한 욕망을 이때 심어주어야 한다.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발산하게 하고 원래 예술가로 태어났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기 가치에 대해 더 강조를 하고 교육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가치관은 시간만 흐른다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꿈결아트의 취지
삶은 나의 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그 끝에 가서 남는 무늬가 내 정체성이다.
나다운 모습을 찾다는 것은 장기간의 프로젝트이다. 한번의 워크숍으로 끝날 수 없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서를 따라 파랑새를 따라가듯이 선을 찍고 그리며 가는 것이다. 꿈은 그렇게 쉽고 만만한 곳에 있지 않다. 만약 그런 곳에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니다. 파도의 물결처럼 폭풍이 닥쳐도 파도 속에 파묻히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너가 탄 물결이 꿈을 그리고 있었다는 걸 알 때가 올 것이다. 꿈을 찾는 자에게만 보이는 꿈결.
꿈결아트를 시작하며 중 2였던 딸에게 이렇게 장황한 썰을 풀어놓았다. 너보다 오래 살아본 엄마가 이런 고민을 했었고, 엄마에게도 이건 도전이고, 딸에게 이런 걸 제안하는데 어떠니? 하며 경기 꿈의 학교 지원서를 들이 밀었다. 내 말을 얼만큼 알아들었을지는 몰라도 꿈을 찾아가는 '꿈결아트'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듯 했다.
"이거 내가 해야 돼?"
"어. 학생이 직접 꿈짱이 되어 면접을 보는 거야. 엄마는 꿈지기로 도와줄께"
"나 미술하고 싶은데?"
"이거 미술하는 거야. 꿈을 찾아가는 미술, 어때?"
내 꿈의 물결을 찾아 흐르는대로 ,
내가 이끄는 방향대로 다양한 미술재료로 예술활동을 합니다.
"꿈결아트"가 뭐하는 거예요? "라는 질문에 딸은 면접 때 내가 써준대로 잘 말했다. 3명의 심사위원들은 이것저것 질문을 했고 크게 당황하지 않고 면접을 잘 본 것 같았다. 결과는 당첨이었고 큰딸이 꿈짱. 내가 꿈지기 선생님으로 등록을 하고 경기 꿈의 학교 홈페이지에서 홍보를 했다.
자기 발견을 위한 창의적 미술 계획표를 짰다. 그동안 배운 미술에 대한 모든 걸 갈아넣을 작정이었다. 큰 틀을 잡아 놓고 그 때그때 아이들의 에너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딸과 그의 친구들을 위해. 내가 이렇게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상상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줄 몰랐다. 세상에 없는,나만 할 수 있는 미술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꿈결아트 활동일지
1,2 3회기(6~7월)까지는 매주 토요일 성남 꿈꾸는 예술터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했다.
중 2 여학생 4명/ 중 1 여학생 1명/초 5 여학생 1명/ 초4 여학생( 언니따라온 동생임)1명/ 초6 남학생1명
미술에 관심있는 각기 다른 학교의 8명이 모였다.
1회기. 아크릴 물감+ 4절지 10:00~1:00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내면의 아티스트를 깨우기로 약속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작품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색채화가 마르로스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에르베 튈레의 장난기 어린 작품도 같이 감상해본다. '좋은 그림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진다.
잘 그린 그림은 내 생각과 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예술이 좋은 이유는 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내가 긋는 선, 내가 고르는 색깔, 내가 생각하는 모티브, 이런것들이 나와 친구들과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나다운 것으로 표현하고 발산하기 좋은 것이 미술이다.
내가 가장 편안할 때와 스트레스를 받을 때를 떠올려보고 그리고 싶은 주제를 자유롭게 그려보자.
나는 어떨 때 편안하지? 스트레스 받지? 지금 나는 무엇을 표현해보고 싶지?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머리로 생각하고 직감적으로 표현하며 죄뇌와 우뇌가 서로 넘나들며 생성되는 에너지를 기대한다.
각자 마음의 감대로 붓의 터치가 나온다. 거칠면 거친대로, 부드럽거나 그라데이션처럼 퍼지거나 느끼는대로 발산하는 게 중요하다. 꼭 붓을 쓸 필요는 없다. 스펀지, 칫솔, 빨대, 면봉등 그리기 재료는 많다.
새로운 재료를 써보는데 두려워하지 말자. '오~~`신선한데? 재밌는데? 이렇게도 되네?' 이런 걸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원하는 위치에 직접 전시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어느 곳에 붙일지 고민한다. 위에 붙일까? 구석에 놓을까?
세울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선택과 의지가 들어가도록 하고 싶었다.
나와 다른 것을 그린 서로의 그림을 보며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배운다. 추상적인 것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모티브 형태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그 개성들이 나온다. 내가 중요한 건 크게 그리고 작게 생각하는 것은 작게 그린다. 크게 그린 것의 의미를 물어본다. 글쎄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도 괜찮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질문일 뿐이다.
자신의 호기심을 끄는 그림을 보고 '너가 그린 건 뭐야?' 서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잘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아닌 마음을 당기는 그림을 골라 물어보라고 한다. 내 작품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 아이는 본인은 '별로 잘 그리지 못해요' 했던 것을 누군가는 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찾기도 한다.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고 글로 쓸 줄 아는 것이 중요했기에 매 시간마다 미술활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쓰게 했다. 꿈결작가 노트는 화일로 만들어 매주 업데이트를 했다. 나중에 이게 모아지면 아이들 스스로 작품 속의 자주 쓰는 색깔,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등을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미술을 하는 동안 나는 관찰한다. 어느 순간에 아이가 고민하고 있고 , 무엇을 선택하고, 즐거워하고 몰입하고 있는지, 그 장면을 아이들마다 찍는다. 아이들의 미술 과정 활동 사진으로 그 장면을 붙여주었다. 미술의 결과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첫 수업은 뭔가 뿌듯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도 몰입해서 작업을 했고 아크릴 물감을 좋아했다. 덧칠해도 되고 쉽게 표현되기 쉬운 재료이며 꾸덕한 질감도 좋아했다.
딸의 피드백
; 음 오늘 좋았어. 근데 엄마 말을 너무 많이해.
아 !!!! 청소년 아이들에게는 좀 더 몰입의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구나. 인문학적인 얘기를 너무 장황하게 설명해도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구나~~오케 다음 시간엔 말 좀 줄일께. 한자리에 어떤 성향의 아이들이 모였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하루만에 아이들을 간파할 수는 없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는 내면으로 향하는 기질이 있다. 어른인 척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