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결 디자이너 Jul 25. 2022

엄마와 나는 잘 알아가는 관계

딸의 레시피

<딸의 레시피> 매거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둘째 딸(태명 : 달님이)이 중학교 면접 캠프를 마치고 나오면서 한 말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뺑뺑이 추첨으로 10대 1의 경쟁을 뚫고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를 붙던 운 좋은 달님이는 중학교도 뺑뺑이 추첨으로 1차를 모집하는 중학교에 합격했다. 2차 면접은 학생 캠프와 학부모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캠프를 끝나고 나오는 달님이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급식도 안 남기고 다 먹었고. 그런데 교과서 수업이 아니래. 나는 복습노트 정리하고 싶은데...  '라고 한다. 더 생각나는 거 없냐고  물으니 마지못해  마지막 시간에 30문항 자기에 대해 쓰는 문장 만들기를 했다고 한다. 


"엄마와 나는 00한 관계이다. 이런 게 나왔어. "

"뭐라고 썼어?"

나는 아이가 뭐라고 썼을지 기대 반 불안감 반. 

   


엄마와 나는 잘 알아가는 관계이다 


이건 무슨 관계람????

"누가 보면 엄마가 계모인 줄 알겠네~~" 

겉으로는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엄마, 우린 지금 잘 알아가고 있잖아. 나쁜 뜻이 아니라고. 면접 볼 때 얘기 잘하면 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20년의 회사생활 동안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아이들의 반짝반짝한 순간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

나도 널 이제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으니까. 


엄마보다 더 할머니에게 애착이 가있는 둘째에게 서운할 때도 있었고, 

가장 행복한 기억이 할머니와 등산가고 할머니와 매주 금요일 밤 같이 자던 것이라고 할 때도 서운하기도 했었다. 제일 슬픈 기억도 할머니와 산에서 만든 솔순이(솔방울 이름)가 없어졌을 때이고. 

엄마의 이야기는 잘 등장하지 않는 둘째.




아기 때는 엄마 바라기였던 아이다.  늦게 퇴근해서 오더라고 제일 반겨주는 건 둘째였고, 매일 한 침대에서 잤다. 달님이 가 일곱 살 때 아동 미술치료 임상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려준 이 그림을 여태 화장대 앞에 붙여놓고 있다. 


안 버리길 잘했다. 


퍼플색을 칠하고 "내가 중 1 되면 이러게 돼 거야"라고 썼던 일곱 살.

사춘기를 이때 알았던 것일까?





작년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죽고 싶다고 마음의 문을 닫았던 달님이가 문을 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기 때 엄마에게 주었던 사랑을 잊지 않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무한 사랑을 주었던 아가야'


잘 알아가는 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딸들의 반짝반짝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3도 귀여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