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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y 24. 2017

나는 엄마다. 57

남편

문득 우리 남편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온이 키운다는 이유로 옛날만큼 요리도 안해서 밥상도 부실하고


남편이라고 기를 살려주지도 못하고 회식때문에 술을 먹는건데도


술마신다 잔소리, 늦게들어온다 잔소리, 다온이랑 놀아줄때 장난감틀었다고 잔소리


코곤다고 잔소리..이래저래 참 못난 아내인것 같다 나는.


옛날에는 내 몸아프고 하루종일 육아에 시달려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남편이 설거지도 전담해주고 싱크대청소랑 화장실청소랑 분리수거도 전담해주고


가끔 빨래도 돌려주고 청소도 해주고 다온이 밤수도 도맡아서 해줬는데도


나 힘든것만 생각하고 계속 남편이 못마땅했었는데 요즘은 여전히 다온이랑 둘이 있는


하루가 길고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새삼 남편이


정말 배려심도 많고 마음도 넓고 착한 사람이라는것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더불어 다온이가 남편같은 아빠를 아빠로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어쩌면 친정엄마 말대로 남편이 다온이를 키우고 내가 일을 했으면


이전에 나의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한 서로간에 비수를 들이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육아가 힘든것도 사실이고 내 체력이 저질인데다가 혼밥이 싫어 계속 끼니를 거르다보니


몸도 상하고 누구 말마따나 시를 쓸만큼(?) 감성적이어서 더 우울증에 쉽게 압도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 모든것에 더해 내가 요즘 생각한 나의 육아휴직의 이유는.


바로 내가 남편보다 같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무능력도 남편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모난 성격때문에 인간관계도 넓지 못하니


승진에 있어서 남편이 더 가능성이 있는게 속상하고 자괴감이 들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시어머님이 결혼전에도 출산후에도 승진은 내 몫까지 남편이 다 해줄테니


육아에 전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실때마다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글쎄. 내가 휴직을 연장 하든 안하든 남편이 내 목표에 먼저 다다르고 나는 못다다를것 같은


예감이 들고 어쩌면 기정 사실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전 소속팀에서 업무때문에 지원나가는 능력좋고 일복은 너무 넘치게 많은 남편.


그래도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하나뿐인 다온이 아빠이자 내 배우자.


늘 힘내고 건강도 꼭 챙기고 지금처럼만 앞으로도 같이 살동안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아놔, 아빠가 그런사람이라는걸 이제 알았단 말이에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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