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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12. 2017

나는 엄마다. 59

오늘로 훙다온 생후 196일.


다온이는 점점 예뻐지지만 나의 불행도 점점 깊어진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나의 우울은 깊어져만 가고


다온이는 내 부재에도 남편과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


친정엄마 말대로 아직 되집기도 못하는 아기라지만 이제 7개월이 되가는데도


아직도 내 존재가 자기 엄마라는 것을 모르는 다온이. 다온이에게 나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진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한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허무하게. 고통스럽게. 서글프게. 두통과함께.


어제는 공따동 책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있었다.

늘 엄마라는 이유로 시어머님이 사다주신 이상한 파자마바지에


아무티나 걸치고 있던 내가 엄마가 아닌 나로서 화장도 하고 원피스도 차려입고


통굽의 샌들도 신고나니 괜스레 기분이 설레었다. 이런 설레임 대체 얼마만인지.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깜작영상에 눈물이 울컥났지만


모든행사가 끝나고 집에 오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강해져 오늘하루가 너무 불행했다.

원피스 덕에 살 많이 빠진것 같다는 말도 듣고


관객분들은 전혀 애 엄마 같지 않다고도 하고. 칭찬이 난무했던 하루.


피붙이가 아닌데도 만나면 그저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인연들.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아내도 아닌 엄마도 아닌 며느리도 아닌


나로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루만에 본 다온이는 반가웠고 그리움이 컸던만큼 너무 예뻤지만


또 다시 시작된 엄마로서의 감금생활은 결국 나의 우울을 터지게 만들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배양배추이유식을 만들면 소고기이유식에는 어떤 야채를 넣어야하나


고민해가며 이유식 만들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예쁘고 귀여운 다온이.


내가 아닌 정말 사랑만 줄 수 있는 내면이 강한 엄마를 만났다면 더 좋았을것을.


착하고 유능한 우리 남편.


살림도 똑부러지게 하고 육아도 묵묵히 잘 해내는 아내를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나. 혼자살았다면 외롭긴 했어도 그냥저냥 버티며 살았을 것을.


이제는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할지 살아가야할지 버텨야할지


눈앞이 깜깜하고 마음은 답답하고 그저 막막하다. 우리 가족이 행복해 질 방법은 없을까?


그저 내가.


다온이 키우는게 힘들고 내 마음이 썪어들어가도 티내지 않고 묵묵히 견뎌가며


재주는 없어도 살림도 열심히 하고 다온이도 소신껏 잘 키우면 우리가족은 행복해질까.


나는 하루하루 불행해져도. 내 삶은 왜 이럴까.


집 바깥에서는 사람이 무서워 늘 겉돌고 집 안에서는 사람이 버거워 늘 울고.


나는 언제나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로또당첨이 되어 전망좋은 집에서 돈걱정없이 사람걱정없이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


처음본 물건에는 경계심도 많고, 보행기후진 마스터한 홍다온.

다온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부족한 엄마라서.


그래도 사랑해. 우리딸. 너에게 엄마보다 너를 더 잘키울 것만 같은 아빠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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