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Jul 08. 2017

나는 엄마다. 65

얼마전에 어김없기 다온이를 보러오신 시어머니의


핸드폰이 울려서 다온이를 안고 계시는 시어머니 대신 진동으로 바꾸는데


문득 통화 내역에 내 번호가 보였다.


그리고 저장된 이름은 (큰며느리@@@).


맞다. 난 시댁입장에서는 장남과 결혼한 큰 며느리다.


당연한 사실인데 문득 눈으로 확인하니 새삼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 여운은 한동안 여러가지 생각으로 이어져 내가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우리가정의 안주인이라는 극히 사실적이지만 일상에 치여


너무나도 당연하게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했다.


무섭고 무거운 마음이.. 여러날들을 거쳤으나 역시나 일상에 치여 ..


이제서야, 남편과 다온이가 잠들고 혼자보내는 이 고요한 시간에서야..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댁에서 큰며느리라고 나에게 줄 역할은 무엇일까.


다온이가 커가면서 학부모로서 또 한참후에는 장모님으로서 내가 해줘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남편의 직장생활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므로 인해 나에게 붙여질 또다른 호칭은 무엇일까.


그리고 친정엄마가 나이들어가심에 따라 내가 해야 할 효도는 어떤것이 있을까.


동생이 나와 같이 나이먹어감에 따라 나는 누나로서 어떤 본이 되어갈 수 있을까.


나의 직장생활이 이어짐으로 내 직급 앞에는 과연 어떤 숫자까지 붙을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한 지금.


하지만 내일이면 또. 잊혀질 생각들.


반복되는 생활속에서도 똑부러지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분유주고 놀아주고 이유식 주고


재우고 같이 자고 또 분유주고 놀아주고 이유식주고 재우고 집안일하고 분유주고 씻기고 재우고


집안일하면 하루가 왜이리 짧은지.


언제 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천공의 벌)은 이제야 겨우 절반을 넘겼고


틈틈히쓰는 브런치는 그래도 이틀에 하나씩은 완성하고 있고.


내일은 또 이유식 만드는 날.


그래. 어쩌면 내 깜냥에 이게 최선일 듯.

223일 치고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우리딸.


요즘 한창 배밀이하고 굴러다니느라 활동량은 늘었는데 분유량은 점점 줄고 있어서


몸무게는 거의 한달째 정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애미만 걱정.


남들은 아기가 참 크다는 말만 한다. ㅎㅎ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다. 6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