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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13. 2017

나는 엄마다. 66

문득 든 생각.


내가 어렸을 때 순간순간들이 모여있는 앨범을 보면 엄마도 외숙모도 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완전 맨얼굴에 옷은 왜그렇게도 후줄근한지, 진짜 어른들께 할 표현은 아니지만


딱 한마디로 그지도 그런 그지꼴이 없고 정말 촌스럽기로 따지면 세계 챔피언감이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니 .. 모든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뽀글파마를 할 생각은 없지만 요즘 손으로 뭐든지 쥐려고 하는 다온이덕분에


가끔 진짜 박박 삭발을 하고 싶기도 하고.


우리 이쁜 딸 얼굴에 뽀뽀하고 꼭 안아주려면 화장은 엄두도 낼 수가 없고


옷은.. 진짜 편한게 최고. 하긴 옷은 원래 엄마가 되기전에도 편한게 최고였지만


그래도 나름 잘 입고 다니던 허벅지 반쯤 오던 반바지들도 똥꼬가 보일랑말랑하던


똥꼬원피스도 쫙 달라붙는 스키니도 이제는 마치 내 옷들이 아닌것만 같다 ㅜㅜ


꼬라지봐라. ㅎㅎ 완전..으휴.


다온이도 나중에 내가 이렇게 열심히 쓴 일기와 열심히 만든 앨범들을 보며 생각할까?


우리엄마, 소싯적에는 그래도 나름 여자같이 하고 다니더니 어째 나랑 찍은 사진에는


하나같이 아무거나 걸치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할까.


그치만 이게 젤 편하다. 가방도 백팩 하나면 오케이.


난 기저귀 가방으로 엄마가 사준 헤지스 백팩을 들고 다니는데 이게 가죽이라 가방자체가


무겁고 한번 외출하려면 기저귀에 물티슈에 가제손수건에 분유에 보온병까지 챙겨야 해서


요즘은 무조건 크고 가벼운 디자인 이쁜 시장표 백팩을 살까 고민중이다.


또 한번 이렇게 엄마가 되나보다.


여자로서 치장은 잠시 내려놓고. 나라는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과 자유도 잠시 던져놓고.


우리 다온이는 엊그제 처음 닭고기와 두부를 먹었다.


예상대로 알러지는 없었고 역시나 양조절 못하는 이 애미가 한번에 100씩 만들었는데


원래 먹던양만큼 먹으면 딴짓대마왕에 이유식은 원래 발과 얼굴과 손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는 듯이 묻히고 묻히느라 바쁘지만 워낙 착해서 주면 다 받아 먹는다.


닭고기 소고기 연두부 양배추 미음.

잘 먹어준 다온이를 위해 다온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배를 가지고


큰맘먹고 촉감놀이를 해주었다.


그러나 역시나 밥에 들어가지 않은 배는 너무 달았는지


표정은 안좋지만 꾸준히 먹길레 한쪽 더 갈아줬더니 싫단다. ㅋㅋ그래서 한쪽은 그대로 남았고


내가 먹었다..ㅋㅋㅋ


씻길 준비를 하는데 먹방하느라 피곤해서 잠이 오는지 찡찡대길레 자두 하나 쥐어주니..


자두 홍보대사같은 홍다온양. 너란여자. 사진 찍을 줄 아는 여자.

아랫니 두개 다 올라왔다고 껍질을 벗겨 긁어먹는데 참. ㅋㅋㅋㅋ귀엽고 웃겼다.


그렇게 1/5나 다 먹는것이 아닌가. ㅋㅋ


근데 역시나 표정은 안좋았다. 친정엄마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니 다온이가


식탐이 있다고, 없는것보다 훨 낫다고.


맞는말이다. 그래서 이유식 만드는 보람이 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다온이가 전진을 시작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처음엔 한두번만 앞으로 배밀이해도 지쳐서 되집어서 누워쉬더니.


몇번하고 요령을 알았는지 이제 세네번 네다섯번 훅훅 간다. 우와.


기특하고 신기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더더욱 옆에 놓고 잠도 못자고

(요즘도 잠깐 졸면 굴러서 매트를 탈출한다. 맨바닥 느낌이 새로운지 자꾸 탈출.)


진짜 한시도 눈을 못떼게 생겼다 으하하하..


그래도 좋다. 다온이가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사랑한다 홍다온^^*

아기체육관 전복사건.ㅋㅋㅋㅋㅋ


힘도 장사인 우리 다온이. 엄마가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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