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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11. 2019

나는 엄마다. 114

사랑하는 다온이에게.

사랑하는 내 딸아.

어제는 너를 너무 많이 울려서 지금까지도 엄마가 마음에 마치 큰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기분이 울적하구나.

왜 한번 화가 나면 그 화를 다스릴 수가 없는지, 아직도 엄마는 엄마로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다온이와 둘이 있기 싫다는 말,

나는 원래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

우리 다온이가 기억하면 어떡하나..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


다온이와 있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아빠의 잦은 회식과 엄마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퇴근 후에 너를 돌봐주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인데

왜 저렇게 말이 볼썽스럽게 나간 걸까.


정말 미안해. 미안해 우리 딸.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딸.


엄마는 문득 저번 주말에 이런 생각을 했단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전에는 집에서 정말 설거지도 손에 꼽을 만큼 할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만큼 철이 없었는데, 이제는 빨래는 일상이고 너를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고 아주 아주 가끔 씻기기도 하고 아빠랑 밥을 같이 먹기 위해 감도 없는 손을 놀려

무언가를 만들고 또 만들고.. 고민하고 한다는 게.. 산다는 게 원래 다 그런 건지.


엄마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는 지겹다는 말을 참 많이도 하셨단다.

그때마다 뭐가 그리 지겨울까, 생각을 많이도 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엄마는 아빠가 설거지도 해주고 물걸레질도 해주고

쓰레기도 버려주고 우리 다온이 목욕도 전담으로 해주는데도,

가끔은 변함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숨이 막히고 너무 버겁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한데,


할머니는 이 모든 것을 다 혼자 하셨어야 했을 테니,

일상이 삶이 하루가 한 시간이 얼마나 지겹고 지겨우셨을까.


어쩌면 그래서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고

말로는 구박 구박을 그렇게 하셨어도 실상은 철없는 딸이 드러누워서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프라이팬 한가득

떡볶이를 만들어 오시곤 했나 보다. 물론 지금도 할머니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지만..


꿈보다 해몽인 걸까?

그래서 엄마는 문득 나도 우리 다온이를 외할머니가 엄마를 키운 것처럼

곱고 곱게(?) 괜히 일찍부터 빨래 설거지 뭐 이런 거 시키지 않고 키워야겠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요리를 할 수밖에 없고,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굳이.. 미리부터 할 필요가 있을까. 근데 그러면 엄마랑 아빠가 너무 힘들겠지?


아빠는 벌써부터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ㅋㅋ시킨다고 벼르고 있는데..ㅋㅋ

문득.. 그냥 그런 생각을 해봤어. 우리 사랑하는 딸.


원래 예쁜 점점 더 예뻐지는 우리 딸.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자다가 네가 무의식 중에도 엄마에게 와서 팔 베개를 하고 다시 잠들 때면

그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단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우리 딸.


옥수수 까까 야무지게 먹는 우리 딸.

점점 포동포동해지는 다온이와 다온애미.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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