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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13. 2019

나는 두아이의 엄마다. 5

내가 잘못하고 있다, 나는 잘못하고 있다,


그걸 어렴풋이, 가끔은 아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마치 바보가 된것처럼 멍청한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건 바로 다온이를 계속 혼내는 것.


딱 내 심정이다. 나도 라온이처럼 진짜 울고 싶다. 다온이한테 미안하고 자꾸 방치하게 되는 라온이한테 미안하고 다짐을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한 나때문에.


물론 다온이가 정말 미운짓을 골라하기도 한다,


불러도 대답안하기. 뭘 물어도 자기가 불리하면 대답안하기. 한마디로 무시.

어지르고 정리안하기. 사탕이나 젤리 까먹고 껍데기 아무대나 버리기.

마음에 안들면 장난감이든 약이든 연필이든 책이든 집어던지기.

실수를 인정안하고 일단 소리부터 지르기.

화난다고 엄마 아빠 때리기. 돌아다니면서 먹어서 사방팔방 다 흘리고 다니기.

이것저것 다 헤집어놓기. 등등등...


속이 답답하다. 주변에서는 그럴수록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라고 하는데

나도 그러고 싶지만 정말 안당해본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내 사랑하는 딸이니까 한번 두번 참고 또 참지만 저 위에 나열한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면 진짜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이 나는 분노를 터뜨리고 만다,


예를 들어 사탕을 먹고 껍대기를 아무대나 버려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잡아서 앉혀놓고 차근차근 말하는데 대답만 하고 또 안버리고, 그래서 화를내면 똑같이 소리지르고

자기 분에 못이겨 울기 시작하면 .. 진짜 홧병이 날것만 같다.


그나마도 이 모든일이 라온이가 잘때 이루어지면 다행이다.

라온이마저 울면....정말 대책이 없어진다. 아주 심신이 너덜너덜 해지는 기분.


분노를 참치 못하고 다온이를 한바탕 혼내고 나면 밀려드는 자괴감과 자책감과 절망감.

젤리 한봉지면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해하는 다온이도 아직 채 3년도 살지 않은 아기인데..,

더 아가인 라온이덕분에 갑자기 너무 커보여서 내가 너무 어른취급을 하는건 아닌지...,

너무 미안하고 짠하고, 한편 갑갑하고 화가나고 그러다가 모든것이 소진된마냥 나 역시 까라진다...,


다온이랑 겨울왕국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간날. 바깥에만 나가면 우리딸은 참 순해진다.

아니, 어쩌면 엄마랑 둘이 나가면 엄마의 관심을 오롯이 혼자 받을 수 있어서 그럴지도.


겨울왕국 자체를 모르는 우리딸, 슬슬 지겨워서 몸이 베베꼬일쯤 다온이가 아는 공주가 나왔다!

그건 바로 백설공주. ㅎㅎㅎ 덕분에 끝까지 다 보고 유료 폴라로이드 사진촬영을 위해 나온 배우들이랑

악수도 하고 기분 최고! 였다. 이럴때마다 내가 운전을 하면 다온이랑 둘이 많이 돌아다닐텐데..

운전을 못하니 택시를 타거나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신세를 져야하니...답답하다 ㅜㅜ

다온이가 사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엄마인 내가 그냥 사준 겨울왕국 요술봉. ㅎㅎㅎ

나는 이상하게 약국에 가면 설탕덩어리인거 아는데도 다온이가 좋아하는 비타민, 젤리같은걸 사주고 싶고

키즈카페가도 젤리나 아이스크림 초코렛같은걸 사주고 싶고 뭘 보러가든 하러가든 뭐가 있으면 다온이에게

사주고 싶다, 엄청 비싸지 않는 한.


엄마의 마음이라고도 할수 있고 다온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나의 욕심일지도..


어린이집에서는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게 잘 노는 아이가 집에만 오면 왜그렇게 심술을 부리는걸까.

진짜 라온이가 태어나서 그런건지 미운네살이라 그런건지..정말 슬프다.

내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딸인데..., 정말 대신 죽을 수도 있을만큼 사랑하는 내 딸인데...,


다온이가 좋아하는 책중에 추피와두두라는 생활동화가 있는데,

그중에 한권이 추피가 아빠와 함께 엄마에게 꽃을 꺾어다 선물해서 엄마가 행복해하는 내용인데,

그 책을 몇번 반복해 읽더니 하원할때마다 꽃을 꺾어다가 나에게 선물하는 참 마음씨 고운 우리 딸.

이런거 생각하면 심술부려도 화내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어느순간 정신 차려보면

다온이에게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내모습.. 왜이렇게 나는 부족한 엄마일까.


참 책읽는걸 좋아하는 우리 딸.

요즘은 내가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다온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지 다온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다온이가 너무 과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한번에 기본 10권, 하루종일 읽어달라는대로 읽어주면 30권도 넘을 것 같다.

남들이 들으면 행복한 고민한다고 하겠지만, 글밥이 얼마 안되는 영어책이면 30권이라도 읽어주겠지만

(플레이 인 잉글리쉬, 잼잼 잉글리쉬) 추피와 두두, 명작동화, 이솝우화 같은경우에는 다섯권만 읽어도

진이 빠진다. 진짜...


게다가 나는 이상하게 덤덤하게 읽지를 못하고 온 몸으로 제스쳐를 해가며,

등장인물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중간중간 다온이가 말을하면 다 받아줘가며 읽어주기 때문에

더 힘이든다, 아효...그래도 항상 다짐은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말고 열심히 읽어주자고.

실천이 반밖에 안되서 문제지....


글이 마무리가 안되네, 여튼 나는 요새 다온이때문에 참 고민이 많고, 마음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다온이는 너무너무 사랑하는 내 딸이고, 나는 앞으로도 노력을 할 것이다.


다온이 라온이 엄마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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