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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28. 2020

실장도 시간이 필요하다.

늘 생각했다.


나는 실장이지만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짧다는 것을.

소위 관리자라 부르는 교장, 교감, 실장 중 한 명이 되었지만

직급도 낮고 경력도 짧고 나이도 어린 나를 다른 관리자들이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실장이라고 앉아있지만 나보다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은 주무관님들은,

근로자분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실장이라고 이러쿵저러쿵 상대는 해도

공사 관계자들과 여러 업자들과 사장들이 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


그들이 어떻게 날 생각하든 나는 실장이고 우리 학교에 유일한 행정직이기에

품위를 잃지 말고 중심을 잡고 내 일을 최대한 하자고 늘 다짐을 하지만 가끔은

속이 쓰리고 가끔은 답답하고 가끔은 외롭다.


요즘은 내가 우리 학교에 정을 붙여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은 사실 어딜 가나 딱 주어진 내 업무만 하고, 관리자들이나 같은 직렬 분들이나

선생님들이나 근로자분들과 등지지 않고 무난하게 지내면 그게 가장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실장이니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교에 어떤 일이 있는지, 특히나 학교시설이나

환경의 현상황이 어떻고 차후에 어떤 보수가 필요하고 개선이 필요한지를 머리 터지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쏟아지는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니 모든 일이 정리해서 써놓은 것들 중에

한 줄일 뿐이고 처리하면 끝이고 뭔가 보람도 없고 그다음 해야 할 일에 마음만 무겁고 머리만 복잡하다.


물론 어쩌면 발령받아 오자마자 외벽공사에, 입찰에, 학교운영위원회에, 추가경정예산편성에

안 해보던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당연히 정신 못 차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진 한 달 되었다고 적응이 되었는지 이제 이 학교에 최소 2년은 있어야 하는데

조금 애정을 가져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된다.


우리 학교에 발령받자마자 추천받았던 카페. 드디어 가봤다.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한 만큼 서로 조심해야 하기에 나의 환영회를 하지도 못하고 어느새 한 달이 흘러가는데

그래도 밥 한 끼 못 먹고 지나가는 건 너무하다 싶었는지 직원분들이 저녁자리를 만들어주셨다.

간단히 밥 먹고 차 한잔. 그런데 내가 너무 피곤해서 하품을 너무 많이 해서 그나마도 금방 파해버렸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서로의 자리에서 잠깐잠깐 마주할 때보다 같이 밥 한 끼 먹고 얘기하다 보니

얼굴도 익히고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우리 학교와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행정실 소속의 직원분들에게 정이 들기까지.

업무에 조금 익숙해지고, 학운위 입찰 감사 같은 큰 일들이 차례차례 지나간 후에

조금 여유가 생기면 그 틈을 타고 사람들과의 정이, 이 학교가 내가 만들어갈 공간이라는

책임감이 조금씩 스며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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