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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17. 2020

좋은 실장이되고 싶어요.

실장이 되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역시나 관리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교장, 교감처럼 진짜 실무에서 벗어난 관리자가 아닌

업무도 미친 듯이 해야 하는 실무형 관리자이지만 그래도 관리자다.


실장이 된 이후로 여러 가지 안 해본 업무도 많이 해보고

회의도 정말 많이 하면서 참 많은걸 느끼고 배웠는데 최근에 또 하나

아주 찐하게 배운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의 관계. 사람 사이에서의 처사이다.


행정실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직(구 학교 비정규직)의

중심에 서서 아울러야 하는 자리가 실장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실장이라는 사실조차도

어색해서 교육 공무 직분들이 복무(조퇴나 연가 병가 등등)를 올리기 전에 나에게 구두로 말하고

올리는 것을 알겠다고 하고 결재하기만 급급했는데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굳이 복무를 항상 찾아와서 나에게 말을 해야 하나 싶어서 젊은 초짜 실장은 선언을 해버렸다.


찾아오지 말고 소통 메신저로 쪽지 보내세요. 결재해드릴게요.

(소통 메신저는 카톡같이 충북교육청에서 쓰는 메신저이다.)

나로서는 인간적으로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그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이었지만

그분들로서는 조금 놀라운 변화였던 것 같다. 행정실 직원분들이야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말로 하면 되지만 교무실에서 급식소에서 유치원에서 등등 멀리서 근무하는 분들이

구두보고(?)하러 일부러 행정실까지 오는 것이 너무 나는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일을 통해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글쎄.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건

내가 너무 자신하는 걸까?


그다음 초짜 실장이 실행한 건 바로 단합이다.

내가 실장으로 온지도 벌써 3개월째인데, 모두가 다 같이 얼굴 보고 밥 한번 먹은 적이 없어서

코로나 1단계가 되었을 때 자리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진했다.


행정실 및 교육공무직 전체 얼굴 보기.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실장님 한마디도 어찌어찌하고

얼굴 보며 밥 먹으니 한결 가까워진 기분.(코로나가 잠시 잠잠했던 시기였다.)

 사실 정말 많은 직종이 섞여있어서 분위기가 어떨까.. 하고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화기애애했고

재미있었다. 코로나가 한발 물러나면 1박 2일 워크숍도 가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 챙겨주기.

사실 교육공무직이라고 해서 옛날같이 다 행정실 소속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요즘이다.

교무실무사는 교무실 소속이고, 조리하시는 분은 급식실 소속이고,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부분은

유치원 소속이니까. 그런데 그 모든 분들의 복무와 급여, 근로 계약은 다 행정실 소관이다.

그래서 일부 행정실장님들은 옛날처럼 굳이 한식 구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편의는

그 담당 교사나 교감이 챙기면 된다고 한다지만, 글쎄. 난 내가 챙길 건 챙겨주면 좋다는 주의다.


업무든 복무든. 법과 질서에 어긋나지 않고 업무에 지장이 있지 않으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건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호기롭게 무언가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어렵고 눈치가 보인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역시나 나이를 무시할 수 없고(학교에서 내가 제일 막내다.)

경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실장이다.


그래서 인간적인 배려와 관리자로서의 태도를 다 갖추기 위해 늘 조금씩 노력한다.

아무도 모른다 해도 나 혼자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종합감사.

감사에 대해서는 신규발령 당시 뭣도 모르고 준비하고 받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운이 좋게(?) 비껴갔는데 지금의 학교에서 정통으로 마주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덕분에

감사가 약간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초짜 실장에게는 모든 것이 무겁기만 하다.

감사자료 제출 후 감사장 꾸미기를 마무리한 후 감사에 대해 써보아야겠다.


어느새 11월. 서서히 공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하나하나 정리가 잘 되면 좋겠다. 초짜 실장 아자아자!


*덧, 2021.3. 교감선생님이 새로 발령 나면서 전결규정이 변경되었고 기존과는 다르게 교육공무직(구 학교비정규직) 복무는 내가 결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행정실무사(우리 학교에는 없다.)를 제외하고는 다 소속이 교무실 파트여서 사실 어쩌면 당연히 그들의 복무는 내 소관이 아닐 수도 있는데, 뭔가 권한 축소를 당한 느낌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비약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권한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책임도 많아지는 법. 권한 축소가 아닌 책임 축소라고 생각해야겠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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