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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12. 2020

오랜만이야, 학교운영위원회(1)

학교운영위원회(1)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는 신규 때 이후로 너무 오랜만이다.

사실 보통의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는 부장이나 실장 자리에서 하는 업무인데 나 신규일 때는

실장님이 그 당시 부장님은 신뢰하지 못해 나에게 교원인사와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를 주신 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당시 학교운영위원회 담당자 교육할 때도 다 실장, 부장님이 오셨는데 나 혼자 생뚱맞게 신규가 교육에 참석했던 기억도.(벌써 7년 전 이야기.)


이번에는 진짜 실장의 자리에서 정말 내 업무로서 학교운영위원회를 담당하게 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날짜를 잡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들과 운영위원들이 모두 되는 날짜 찾기. 특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님이 되는 날짜를 찾기. 학교 관리자들끼리 임시적으로 날짜를 맞춘 뒤 위원장님께 전화를 했다. 첫인사를 전화로 하려니 민망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복잡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임시적으로 잡은 날짜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왠지 시작이 순조롭다.


그다음에는 학교운영위원회 개회의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안건 취합하기.

사실 날짜를 잡기 전에 교무부장 선생님께 혹시 급하게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를 통과해야 할 안건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하셔서, 그럼 날짜를 더 뒤로 잡을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도서관 현대화사업(이하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 변경이 시급 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명절 지나고 그다음 주에 한글날이 끼어있는 연휴 지나고 바로 하기로 결정.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선생님들께 안건이 있으시면 내부결재 내달라고 공지사항을 띄웠는데.. 응? 안건 없다며.................? 안건이 주르륵 올라왔다. 그래서 추경까지 총 6개의 안건이 취합되었다. 6개가 사실 많은 것은 아닌데 분명 처음 물어봤을 때 도서관 예산 추가 편성 말고는 별다른 사항이 없을 거라고 하셔서 너무 맘을 놓고 있다가 결재가 주르륵 올라와서 초짜 실장. 또 제대로 놀랬다. 하지만 곧 안정. 왜냐하면 안건은 어차피 담당자가 학운위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심의를 받는 거니까.


안건 결재가 다 나면 이제 취합을 하면 된다. 사실 내가 6급 실장이면 올라온 안건 목록을 보고 순서만 정해주면 되겠지만, 나는 실무까지 다 해야 하는 7급 실장이기에 대충 보고 순서를 정해서 취합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안건은 선생님들께서 한글파일로 올리셔서 복사해서 붙이면 되는데, 내가 담당하는 추경 파일은 한글은 한글인데 에듀파인 시스템에서 생성된 한글파일이라 어마 무시한 편집이 필요한 아주 날것의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헙..... 어쩌지.... 초짜 실장 난관에 부딪히다.


이럴 때는 역시 물어보는 게 최고다. 인근 학교 실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우리 공동체가 삭막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삭막한데, 또 친절하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친절한 집단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전화해서 업무를 물어봐도 투덜대거나 모르겠는데요?라고 아주 싹수없게 반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본인이 아는 선에서 설명을 해주고, 모르면 찾아서라도 대답을 해준다. 내가 전화한 실장님도 딱 한번 얼굴 보고 인사한 게 다인데 본인이 어떻게 했는데 알려주셨다. 그 실장님의 방법은 예산서를 다 인쇄한 후 스캔해서 한글파일에 그림으로 붙이기! 오... 좋구나!


친절한 인근 학교 실장님 덕에 안건 취합 완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림파일로 붙였더니 안건 취합 파일 자체가 10MB가 넘어서 공문에 첨부가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그 전 학교에서 한글파일의 용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 언뜻 생각나 바로 검색 돌입했다. 역시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 검색하니 안 나오는 게 없다. 겁색결과대로 따라 했더니 용량이 아주 1/10으로 줄어서 무사히 공문에 첨부하여 결재 완료. 물론 그림파일 용량이 너무 줄어서 예산서가 흐릿해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어차피 학운위 위원들이 심의할 때는 출력물을 보고 심의를 하는 것이니 별 문제는 안되었다. 출력물은 용량을 안 줄인 원본 파일을 사용하면 되니까.


그렇게 소집 기안문과 함께 안건 결재를 맡은 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학운위 날짜가 몇 날 며칠 몇 시로 잡혔으니 참석이 불가한 위원분들께서는 미리 연락 달라고 보냈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는 것이다. "우와, 다 참여하는 건가?" 하는 기대도 잠시 우리 학교 학운위 위원들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럼.. 다 참석해서 연락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연락조차 안 하는 아주 비협조적인 분들이란 말인가...?

결국 정말 피하고 싶었던 전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나는 평소에도 전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정말 편한 사람 말고는 전화가 왜 이렇게 뻘쭘하고 불편할 걸까. 하.. 정말 전화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해야 했다. 학운위 개회가 무산이 되면 안 되니까. 다행히 모두가 전화를 받으셨고 대부분의 위원분들이 참석하시겠다는 답변을 주셨다. (물론 아직 학운위 날짜가 되지 않았으니 이는 대망의 학운위 날이 되어봐야 아는 것이다.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위원분들 참석여부까지 정해졌으니 이제 안건을 보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길잡이 책을 보면 안건은 학운위 당일로부터 7일 전까지 보내야 한다고 나와있다. 그래서 서둘렀다. 인원별로 인쇄해서 묶어서 보내기까지 내가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흘 전부터 준비했는데, 내가 사람복이 있는지 교무실무사님이 복사해서 묶어만 주면 자기가 봉투에 넣어서 발송까지 다 해준다는 게 아닌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것으로 학운위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학운위. 학운위를 마친 후 뒷 이야기도 곧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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