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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14. 2021

본예산을 세워 봅시다.

본예산&정리추경

오늘은 2021년도 본예산을 마무리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본예산. 예산의 기초이다.

한 회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세우는 예산이자, 모든 추경의 본바탕이 되는 예산이다.

그래서 그만큼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물론 본예산을 잘 세워두면 나중에 추경할 때

건드릴 것이 별로 없어서 편하긴 하겠지만, 우리의 직업상 2-3월이 가장 바쁘기 때문에 본예산은 작년 회계연도

본예산을 토대로 완전히 변한 것이거나 빠질 것을 제외하고 비슷하게 세워두면 거진 나머지는 추경에서 수습이 되므로 크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된다.


나도 이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꼭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본예산을 개시하기 전에 본예산을 어떻게 세울 것이고, 본예산 수립을 위한 교직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 내부결재를 맡아야 한다.


*본예산 계획 수립


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본청(도교육청)에서 오는 본예산 수립계획이나 규정 같은 공문을 잘 읽어보고 세워야 하는데, 그 공문에는 일정이라던가, 기한, 혹은 권장사업이나 필수 사업 같은 것이 명시되어있는데 잘 읽어보고 꼭 반영시켜야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본예산은 회계 시작 30일 전에 학교 운영위원장에게 발송하여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에, 나처럼 처음 예산을 건드려본 사람은 꼭 짚고 넘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사실 예산이 주된 업무인 우리와는 달리 가르치는 것이 업인 선생님들은 예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교육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교육은 불가하고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사실 직접적으로 교육을 하나 교육자료를 배포를 하나 듣는 사람만 듣고, 안 듣는 사람은 안 듣는데 그건 본격적으로 예산을 수립하다 보면 알게 된다. 교육자료에 다 쓰여 있는 것을 계속해서 묻는 사람은 결국 안 읽어봤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 예산자료를 딱 제출했는데 모든 규정과 서식에 알맞게 낸 사람은 아무 말하지 않아도 잘 듣고 잘 읽고 터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렇게 계획을 수립하고 결재가 나면 본격적으로 예산요구서를 배포하고 받는다. 이건 본예산이다. 즉 학교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본운영비를 말하는 것이다. 예산에는 기본운영비, 급식비 지원금, 누리 지원금, 목적사업비 등등이 있는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실 나도 신규예산러라서 더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아는 선에서 만 얘기하려 한다. )


*기본운영비 - 곰방 말한 것처럼 학교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운영비이다. 교직원수와 학생수에 비례하여 교육청에서 배부한다. 이 기본운영비는 학교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일부 금액 한도가 정해져 있는 사업을 제외하고,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으면 학교에서 내부 검토와 의사결정을 통해 학교를 운영하는데 쓸 수 있다.


*급식비 지원금 - 무상급식비 및 급식운영에 쓰이는 운영비를 말한다.


*누리 지원금 - 유치원을 운영하는데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이다. 유치원 기본운영비, 유치원 급식비, 유치원 방과 후 과정 등등 유치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필요한 지원금이다.


*목적사업비 - 딱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내려주는 돈이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는 작년에 도서관 리모델링을 위해 돈이 내려왔는데, 돈은 통으로 얼마하고 내려오는데 이 돈으로 공사를 할지 비품을 살지는 학교에서 정하는 것이지만 오로지 도서관 리모델링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만 써야 하는 돈이다. 

목적사업비에는 방과 후 학교 지원금, 현장체험학습, 돌봄 교실 운영비 등등 엄청나게 종류가 많은데, 사실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만 써야 하는 돈이지만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그 목적을 이루기 힘든 상황들이 많아 학교에서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목적사업비를 학교운영비처럼 일부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예외적인 상황이다.



교육청에서 본예산 1년 치를 한꺼번에 내려주지는 않는다. 보통 작년을 기준으로 세워진 본예산의 일부를 내려주는데, 이는 4.1일에 교육통계로 확실한 학생수와 교직원수가 정해지면 그 차액만큼을 한번 더 내려준다. 나와 선생님들이 예산을 요구할 때는 사실 본예산이 어느 정도 내려왔는지 고려하지 않고 요구를 한다. 왜냐하면 본예산이 얼마 내려왔는지 고려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얼마나 요구할지가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중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다. 우리 학교같이 조그마한 학교에서는 나 같은 실장이 그 역할을 하고, 큰 학교에서는 아마 보통 7급 삼석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예산 조정자. 


아니나 다를까, 우리 학교도 무려 몇천만 원이 넘을 정도의 예산요구가 들어왔다. 나도 사실 넘치게 욕심낸 것도 있지만 선생님들도 첫 본예산이 아닌 작년 최종 예산액을 생각하고 요구를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나의 욕심을 내려놓았다. 사실 학교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주이기에 우리 행정실이 입지적으로나 예산적으로나 조금 작아지는 부분이 있다. (예산을 주로 다루는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적으로도 입지가 밀리는 건 대체 왜 그런 걸까....) 그래서 우리 행정실도 너무 노후된 비품은 좀 바꾸고, 접대 용품도 좀 빵빵하게 채워놓고(만날 믹스커피 지겨워....) 비대면 교육 우리도 받으니까 비대면 교육용 컴퓨터도 한대 마련하고자 했지만, 다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예산은 어쩔 수 없지. 선생님 들것을 깎을 수밖에.


그런데 선생님들 예산은 내가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 교육과정에 필요하다고 말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 조정회의를 해야 하는데, 또 내부결재가 필요하다. 예산 조정회의를 하겠다는 내부결재.

결재가 나면 일단 관리자들께 가서 1차 회의를 하고 선생님들과 2차 회의를 한다. 사실 본예산 조정회의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게 선생님들도 예산이 더 내려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 1학기, 혹은 1분기에 써야 할 예산이 아니면 쿨하게 알았다고 하고 넘어간다. (우리 학교는 그랬다.) 예산 조정회의가 끝나면 예산 조정회의 결과를 또 내부결재 내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결재 맡아야 할 것이 많다.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 k에듀파인에 입력만 하면 끝! 이면 얼마나 좋을까...ㅎㅎ


본예산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목적사업비도 내려온다. 당장 3월부터 집행되어야 하는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본청에서 내려주는 것인데, 최대한 많은 목적사업비를 본예산에 반영시키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성립전 예산을 신청하거나 (성립전 예산 : 예산이 본격적으로 예산에 반영되기 전에 사용하겠다고 기관장에게 허가를 받는 과정) 다음 추경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웬만한 목적사업비는 성립전예산 신청으로 사용이 가능하나 간혹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불가능한 경우는 한 가지 목적사업비가 두 가지 사업에 이용되는 경우인데, 예를 들어 누리 지원금이 유치원 기본 운영에만 사용되면 1:1이 성립되기 때문에 성립전 예산이 되지만 누리 지원금이 급식지원금, 유치원 기본 운영 두 가지에 이용이 되면 1:1이 안되기 때문에 성립전예산 신청이 불가하다.)


여기서 문제는 내려오는 목적사업비를 그냥 내가 목적에 맞게 편성하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담당 선생님들이 그 목적에서 어떻게 쓸지를 또 예산요구서에 작성해서 기관장에게 결재를 맡아야 내가 편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학기 중이면 선생님들이 어떻게든지 결재 맡아서 나에게 주겠지만 또 문제는 방학이라는 것이다. 방학 때 선생님들은 나오지 않는다. 요새는 일직도 없어져서 정말 방학 때는 관리자들과 행정실 직원밖에 없다. 도대체 일직은 왜 없어진 걸까.. 방학이어도 돌봄과 방과 후는 운영되는데.. 도대체 아이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 (우리 학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나온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목적사업비가 내려오는 족족 다 예산요구서를 착착 내주어서 정말 대부분 다 반영을 했다. 단 한 가지 무상급식비가 금액이 정해지지를 않아서 반영을 못했는데, 들리는 말로는 성립전예산이 가능하다는데 이 부분은 내가 직접 해보고 다시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 본예산 수립이 완성이 되었다.


이 외에도 본예산을 세울 때에는 수익자부담금을 세워야 하는데, 수익자 부담금에 대표적인 것은, 교직원 급식비, 교직원 우유비가 있고 우리 학교같이 다른 학교 급식까지 책임지고 있는 경우에는 타학교 전입금에 타학교 급식비, 운영비, 등등.. 그리고 학교에 토지가 있거나 임대해주고 있는 건물이 있으면 그 임대료, 그리고 유휴자금 예금으로 인해 발생할 이자액, 현장체험으로 인한 수입금액 등등 등등 을 미리 예상하여 예산에 반영시켜야 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사실 나처럼 예산 초보자들은 잘 알아듣지를 못한다. 역시나 예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실제 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일단 3월부터 급식은 해야 하니까, 교직원 급식비나 우유비를 대충 얼마 정도 들어올 것을 예상해서 시스템상에 세워놓는 것이다. 3월 급식을 위해 예를 들어 50만 원이 필요한데, 교직원 급식비는 3월이 돼야 걷지만 3월 급식을 위해 구입해야 하는 식재료비는 미리 나가야 하니 시스템에 50~60만 원 정도를 가상의 숫자로 입력해놓고 지출을 하는 것이다. 이 가상의 숫자 때문에 나중에 정리추경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즉 정리추경이라는 것은 내가 본예산을 세울 때 대충 어림잡아 세워놓은 교직원 급식비 50만 원과, 실제 교직원들이 납부한 a금액과, 실제 지출된 b라는 금액을 확인해서 실제 지출된 b라는 금액으로 맞춰놓는 것이다. b라는 금액이 a라는 금액보다 크면 교직원들에게 더 걷어야 하고, 작으면 덜 쓴 것이기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보통은 딱 맞게 써야 한다. b라는 금액이 a라는 금액과 딱 맞으면, 이제 어림잡아 세워놓은 50만 원과 비교해서 b라는 금액이 더 크면 증액 처리, 적으면 감액처리를 해서 수입과 지출을 딱 맞춰놓는 것이다.


어쨌든 본예산 조정, 목적사업비 반영, 수익자부담금까지 다 마치면 본예산이 끝나는 것이다. 


정말 기나긴 여정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나긴 여정이 있었으니 정리추경이다. 정리추경.. 진짜...

생각도 하기 싫다. 다음 편에 정리추경에 대해 자세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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