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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12. 2021

정리추경 지옥의문을 열다

정리추경

회계가 마무리되고, 또다시 새로운 회계가 시작되는 2월과 3월은 정말 정신이 없다.

그래도 2월보다는 3월이 조금은 한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써보는 정리추경 이야기.


정리추경도 앞 시리즈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추경의 일종이다.

그것이 이제 한해의 회계를 정리하는 추경이라는 의미에서 흔히 정리추경이라고 부른다.


나는 정리추경 정리추경 말 만들었지, 실제로 해본건 처음이라 베테랑 공무원인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정말 겨우겨우 회계 마무리를 했다. 내 생각에 나처럼 초보예산러들은 정리추경 전에 빨리 회계에 능숙한 선배공무원이나 동기 공무원들을 섭외해놓기를 추천한다. (물론 본인이 수에 밝아서 스스로 할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겠지만, 나는 수포자였기 때문에.. )



일단 정리추경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허수로 잡아놓은 숫자를 실제 입출내역과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 시리즈에 본예산에 말했던 것처럼, 본예산을 세울 때에는 허수로 잡아놓는 것이 몇 개 있는데 항목이 이러하다.


1. 수익자 부담금 : 교직원 급식비, 교직원 우유비, 현장체험 학습비, 청소년 단체활동비 등등

2. 일반 수입금: 시설물 사용료, 이자수입, 순세계 잉여금(전 회계연도 불용액)


이 항목들은 회계연도 내내 얼마가 들어올지 정확한 금액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전년도 대비 어느 정도 들어오겠다 하는 금액을 시스템상에 허수로 잡아놓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가 마무리될 때에는 실제 들어온 금액이 있으니 허수로 잡아놓은 금액과 비교하여, 더 들어왔으면 증액 처리, 덜 들어왔으면 감액처리를 하여 일치시켜놓아야 한다. 사실 시설물 사용료, 이자수입 같은 것들은 말 그대로 증액 처리, 감액처리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바로 급식비와 우유 비이다.


 


급식비와 우유비, 무상급식비와 수익자의 지옥에 빠져들다...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급식비를 맞출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초보예산러였고 순서 없이 닥치는 대로 이거 맞추다 저거 맞추다 머리 깨지게 계산기 두드려봐도 안 나올 때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원격으로 지도받고 영양 선생님과도 머리 빠지게 맞춰보고 그랬기 때문에. 하지만 올해 다시 정리추경을 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계획 비슷하게 써보고자 한다.


일단 항목별로 세입금액을 정리해놓을 것이다.


항목별이라 함은, 급식비에는 무상급식비 , 친환경 식품비, NON GMO 식품비가 있고, 그리고 올해는 친환경 꾸러미 식품비도 따로 내려왔었다. 이것들의 세입금액을 정리해놓을 것이다. 보통 세입금액은 K에듀파인에 세입예산관리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후, 지출금액을 정리할 것이다.


이것도 항목별로 정리할 것이다. 무상급식비에서 육류, 부식, 친환경,  NON GMO별로 정리할 것인데, 사실 한 번에 찾아보기가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올해는 3월부터 지출할 때마다 액셀 하나에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다음 세입금액과 지출금액을 맞춰볼 것이다. 그다음 차액이 나면 그 이유를 찾아볼 것이다. 이게 설명을 해놓으니까 참.. 간단하다. 내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며 맞춰보고 맞춰보고 했던 3주 정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아마 저런 정리가 하나도 없었기에 처음부터 하려니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올해는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


우유비 같은 경우에는 매달 징수 잡은 금액을 징수 담당 주무관님께 월별로 정리해서 자료 달라고 한 후, 내가 지출한 금액과 맞춰보면 되는데, 우유는 보통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징수를 잡을  비목을 정확하게 분리해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급식비, 우유급식비 따로 잡을 수 있게 수익자를 잡아놓았는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담당 주무관님이 막판에 헛갈리시는 바람에 정산하는데 정말 많이 어려움을 겪었다. 정리추경이 시작될 때쯤에는 결재 취소해서 바로잡기에도 이미 너무 늦은 시기라서 그냥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아이들에게 걷는 돈이 없이 다 지원이 되는데, 올해는 특이 케이스로 유치원 유아 중에 누리 학비 대상 나이가 초과되어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아이가 있어 급식비와 우유비, 방과 후 간식비를 걷었는데 그나마 한 명이어서 나름 수월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3식을 해서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걷는 학교들은 정말 복잡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자 예산은 끝난 후에 집행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정리추경을 하면서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이 튀어나왔는데, 이 글을 읽는 초짜예산러들은 나 같은 실수 하지 말라고 부끄럽지만 한번 써본다. 


첫째, 반영 안 한 예산이 많았다. 회계 말에 정말 우수수수 전입금이 들어왔는데, 나는 기존에 있던 예산들을 신경 쓰느라 추경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입금 반영을 못한 것이다. 그나마 정리추경 때 발견해서 망정이지 발견 못했으면.. 끝끝내 쓰지도 못하고 불용처리되었을 듯. 하.. 그래서 나 때문에 마지막까지 돈 쓰느라 고생한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둘째, 분명 정리추경을 했는데 마이너스 난 예산이 많았다. 분명 마이너스 난 부분을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추경 확정하고 나니 마이너스 난 산출내역들이 조금 보였다. 물론 그 사업 자체로 보면 마이너스는 아니었지만(예를 들면 학교급식관리 전체 예산을 보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급식 소모품 쪽 예산에서 마이너스가 난 상태-예시는 예시일 뿐 실제 이렇지는 않았다.-) 어쨌든 보통은 마이너스가 안 나도록 하는 것이 정리추경의 의미 중에 하나인데, 난 결국 실패. 그래도 사업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나지 않아서 추경 확정도 되고, 마무리도 되었다. 



올해는 남편도 다시 교육청으로 들어갔고, 아예 본예산부터 내가 세웠기 때문에 정리 추경할 때까지 예산을 잘 이끌어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 걱정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해봐야겠다. 사실 실장이 되어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모르는 일을 어찌어찌하고 있는데, 내가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는 나중에 내가 이 학교를 떠난 후에 감사로 판단되겠지만, 여튼간에 공사고 감사고 정리추경이고 본예산이고 다 지나갔으니, 앞으로 닥칠 일들도 어찌어찌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초짜 실장 힘내자. 할.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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