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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23. 2021

차별인가? 차이인가?(2)

교육행정직과 교육공무직

*아 글을 쓰기 전에 교육공무직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없음을 밝힙니다. 단지 흘러가는 흐름에 제도적인 개선에 저의 생각을 쓴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초임 발령받았을 때, 학교에는 교사, 행정직, 그리고 학교 회계직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학교 회계직이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학교 비정규직"이라는 명칭을 들었다. 일명 학비.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지금의 명칭인 "교육공무직"이 탄생했다. 처음 이 명칭을 접했을 때는 "교육공무원"과 너무 비슷해서 공문처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문을 잘못 배부하는 경우도 생겼고, 한참 공문 처리하다가 교육공무원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걸 알고 소위 허튼짓을 한 적도 있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처우가 얼마만큼 안 좋았었는지 잘 모른다. 초임 시절, 즉 그들이 학교회계직일 때 급여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건 그때에는 명절 시즌이 되면 명절휴가비를 못 받는 그들을 위해 학교에서 선물을 챙겨주곤 했다. 흔하디 흔한 선물세 트였던 것 같은데, 그조차도 부러웠던 시절이 나에게는 있다. 내가 영어회화 전문강사일 때, 내 소속교에서는 내가 회계직들보다 월급이 많다는 이유로 나에게 명절 선물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그 학교에서 유일하게 명절휴가비와 명절 선물을 못 받은 유일한 직종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처우가 개선되면서 교육공무직에게도 명절휴가비가 생겼고, 명절 선물은 사라졌다. 명절휴가비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직의 처우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외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왜 처우는 다른가? 우리도 공무원(어느 공무원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교육공무원? 지방공무원? 어쩌면 둘 다.)과 같은 기준의 복지를 실현해달라!"


나는 이 말이 싫다. 내가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에 엄청나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외침에는 오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공간은 맞다. 우리는 모두가 근무지가 학교니까. 단지 소속되어있는 실이 다를 뿐.

그렇지만 같은 업무? 무엇이 같은 업무일까? 대체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같은 업무라는 말을 저렇게 쉽게 쓰는 걸까? 화가 난다.


내가 A학교에서 근무할 때 행정실무사로 근무했던 분은 급여업무를 담당하셨었다. 그리고 일부 행정실무사님들께서 학교에서 급여를 담당하고 계신다. 하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B학교에 근무하실 때, 그분은 급여를 담당하지 않았고, 사무분장 회의 시 급여는 자신이 할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셨기에 우리는 그분에게 급여라는 업무를 드릴 수 없었다.


그래도 일부 행정실무사님들은 각자 사무실에서 우리 업무 중 몇 가지를 고유 업무로 가지고 계신다. 기록물이면 기록물, 민원이면 민원, 세입이면 세입 등등. 그런데 그렇지 않은 직종도 많다. 고유업무가 없이 지원해주는 자리에 있으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업무를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그 업무를 지원해주는 것. 이것이 같은 업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같은 업무라고 칭해질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 든다.



또 하나, 교육공무직의 처우는 한번 좋아지면 그 상태에서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질 수 없다. 근무조건 악화가 협약을 통해 금지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내가 초임 때 보건휴가는 유급이었다. 그러더니 교육공무직분들도 유급이 되었다고 어느 날 전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우리는 보건휴가가 무급이 되어있었다. 현재까지도 무급이다. 보건휴가라는 게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이긴 한데, 요점은 교육공무직 처우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뒤로 퇴보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보건휴가                              

국가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에 의거, 직장 여성들은 월 1회의 보건휴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개정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 5일 근무(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월차휴가는 없어지고 보건(생리) 휴가는 계속 존재하나 무급으로 전환된다(휴가를 사용할 시에 급여에서 일관 계산하여 공제). 대신 연차휴가가 15~25일 한도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로기준법상에서의 기준일 뿐 보건(생리) 휴가 사용에 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따로 정한 바가 있으면 유급으로 정해도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1) 편에서 썼듯이 세 직종이 다 근무지가 같으니 어찌 서로가 안보이겠으며, 더군다나 당연히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눈이 더 번쩍 뜨이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정당한 요구와 욕심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험 봐서 들어오라는 얘기가 가장 잔인한 얘기예요. 우리에게는"


아마 누군가가 "그렇게 억울하고 속상하면 우리랑 똑같이 시험 보고 들어와"라는 말에 대한 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그런데 왜 그들에게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들어오라는 것이 가장 잔인한 얘기일까?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정당한 절차(임용시험 혹은 공무원 시험)를 거쳐서 들어온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를 노조활동으로 얻어갈 때마다 그 정당한 절차가 점점 그 권위를 잃어간다는 걸, 그 절차를 지켜서 들어온 사람들의 사기가 꺾긴 다는걸, 더 나아가 그 정당한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진짜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예비 현직자들의 의욕을 아주 짓밟는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글 서두에도 썼지만 내가 교육공무직 개개인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들을 싫어하고 증오하고 이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들의 처우가 좋아지는 것이 가끔은 정말 솔직하게 배도 아프고 조금 지나치다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같이 가야 하기에 어느 정도 인정도 하고, 체념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행보는 여전히 무모하리만큼 직진이다. 이러다 정말 그들이 공무원 준비생들(일명 공시생)보다 먼저 공무원처럼 되어버릴까 봐 겁도 난다.


그래서 내 커리어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가끔은 그 다음장을 열어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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