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 둘째, 라온이에게 처음 사준 소전집이다.
라온이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해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온이는 그 당시 "엄마, 아빠, 물, 빠"정도밖에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물론 다온이가 16개월에 "아침에 사과 먹었어요"를 시작으로 노래면 노래, 알파벳이면 알파벳 등등 언어가 빠르게 트였기 때문에 라온이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다온이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라온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할 때 되면 하겠지 하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소아과 전문의 두 명이 하는 채널을 보게 되었다. 그 채널에서는 24개월 영유아 검진이 굉장히 중요하며, 이 시기에 어느 정도의 언어구사가 되지 않으면 언어평가를 하루라도 빨리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장하였다.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마지노선을 30개월로 정해놓고 우리는 기다리기로 했다.
현 28개월인 라온이는 "엄마 아파" "물 주세요" "엄마의 차(car)" "엄마 커피"라고 말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물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엄마 아빠만 알아듣는다는 게 함정) 한시름 놓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탈것 친구들이었다.
언어발달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을 때는 그저 다른 책처럼 읽어주기에 집중했다. 다행히 라온이는 자신의 관심사인 자동차에 관한 책이어서 그런지, 자기 전 책 읽기 시간에 이 책들을 주로 들고 왔고,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옆에서 다온이는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줄줄줄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정말 라온이가 언어발달이 너무 늦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 이후로는 이 책이 달리 보였다. 왜냐하면 이 책에 유난히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의성어 의태어! 언어발달이 늦는 아이들에게 자극을 줄 때 의성어나 의태어를 많이 쓰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 "라온아, 물이 콸콸콸 나오네" 라거나 "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라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라온아 물 자꾸 틀어놓지 마" "입에 물고만 있지 말고 빨리 씹어"라는 말도 곱게 하면 다행이니까.
그래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걱정은 걱정대로 하던 어느 날 라온이는 변함없이 이 책들을 가지고 왔고 읽어주는데 갑자기 주황 글씨가 확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이 좋은 점은 의성어, 의태어들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눈에 확 띄게 표시해놨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라온이는 모든 책을 다 좋아했지만 그중에 가장 좋아했던, 소방차/ 굴착기/ 트랙터의 몇 장들을 사진 찍어 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책의 연식이 좀 되었다는 것이다. 2009년도에 출판한 책이라 약간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사실 자동차, 기차, 소방차 이런 것들 말고는 낯설기도 하고 엄마인 나도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읽는데 지장이 많지는 않지만 "비행기"편을 읽다 보면 좀 느껴지기도 한다. 책 속에 비행기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 중에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거나.. 하는 괴리감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물론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란 어른들이 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온이나 라온이나 책 속 그 누구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
이 책들 덕분에 일상 대화 속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써야 하다는 강박에서 많이 벗어났다. 대신에 책을 읽어줄 때 더 실감 나게 의성어 의태어들을 몸짓까지 이용하여 읽어준다. 아직 라온이에게 "이거다!" 하는 효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요새는 소방차편에 "호스를 돌돌돌 말아요"라고 하면 "똘똘 똘똘"하고 따라 하기도 한다. 흐뭇하기도 하고 어찌나 귀여운지 사랑이 퐁퐁 솟는 느낌이다.
한 번쯤은 소개하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늘 기회를 놓치다가 오늘 재택 연수이기도 하고 이 매거진에 구독자 한분이 늘어서 기념으로 쓰는 글!
책의 연식 때문에 고민된다면 추천하지 않지만, 자동차 시리즈 책 입문용으로는 가격도 괜찮고(7-8만 원) 특히나 나같이 아이의 언어발달로 인해 자극을 줘야 할 상황에 놓인 부모라면 강추하고 싶은 책.
"우리는 탈것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