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작가. 최은영
나는 아마 이 작가를, 나보다 세 살 많은 이 작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아껴읽은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책은 빠져들어
어떻게 완독을 했는지도 모르게 끝을 냈고, 첫 장부터 어긋난 책들은 의무감으로 그러다 가끔 안도감을
느끼며 끝을 맺었다.
참 오랜만에 나온 최은영 작가의 이 책은 참 정성 들여 아껴 읽었다. 아쉬워서. 또 언제 이 작가의 책이 나올까 싶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을까 생각한다.
최은영 작가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요새는 어떤 책이 재미있을까.. 평소처럼 도서 전문 사이트를 배회하고 있는데 "쇼코의 미소"라는 책이 메인 배너에 떠있었다. 사실 제목 자체는 흥미가 가지 않았는데 표지가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나는 그 배너를 클릭했고, 소개글을 읽었고, 구매했다. 그리고 첫 챕터를 읽고 책 표지 안쪽에 있는 작가 소개글을 다시 봤다. 최은영 작가는 84년생. 나보다 세 살 많은데, 그녀의 글은 마치 한 생을 다 살아내고 다시 태어난 듯 담담하게 몹시 무거웠다. 그 무거움이 참 좋았다. 나를 짓눌려 죽게 할 것 같은 무거움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먼 곳에 있어 바라볼 수 있는 무거움이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의 두 번째 책 "내게 무해한 사람"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먼저 구매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가끔 안부를 묻듯 확인하는 사은품 마스킹 테이프도 받았다. 아직 뜯어보지도 않았다. 언젠가 최은영 작가를 멀리 서라도 볼 기회가 생기면, 그 후에 소중한 사람에게 무언가 선물을 할 때, 혹은 나 자신에게 힘을 줘야 할 순간에 뜯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녀의 이번 신작. 밝은 밤. 나이가 먹어서일까. 구매에 한참의 시간이 들었다. 약간의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녀의 단편과는 달리 장편이라는데, 어떨까....? 하지만 사랑은 역시 위대하다. 그냥 질렀다. 진짜 말 그대로 지른 것이다. 그리고 책이 도착한 그날. 마치 최은영 작가를 직접 마주한 듯 떨리는 마음으로 표지를 넘겼다.
표지에 발췌된 작가의 말부터 너무 좋았다. 달리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좋았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말같이 느껴졌다. (너무나 소중해 한 자 한 자 기록하고 싶었지만, 완독을 마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으로 대체한다.)
한 때, 글만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간간히 출간을 꿈꾼다. 하지만 이 작가의 말을 본 후 생각했다. 전업작가로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쏟아져 내릴 물주머니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나에게 어떤 기회가 있었다. 한동안 꿈꿔왔던 테두리였다. 그런데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 내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되레 글을 더 잘 써야 한다고 나를 옥죄지는 않을까. 그리고 나만의 해석이지만 그녀도 책이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그리고 흥행할 때마다 이런 부담감들이 모여 서서히 물주머니가 되는 건 아닐까. 작가로 산다는 것, 독자의 기대를 짊어진 작가의 삶이 좋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나의 글쓰기 삶의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저 쓰는 것이다. 어디로든 흘러가지 않을까. 놓치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이 문단을 읽으면서 내가 브런치에서 마주한 많은 상처들이 기억났다. 2016년부터 약 5년간 브런치를 하며 느낀 건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참 많다."라는 것과 "세상에는 참 많은 상처들이 있다."라는 것이다. 둘 다 굳이 깨닫지 않아도 어떤 진리 같은 것인데, 브런치에서 제대로 느낀 것이다. 글을 잘 쓴다고 느끼는 작가들이 꼭 출간한 작가들은 아니다. 굳이 어떤 성과를 내지 않아도 그 글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치유가 느껴지고,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그런 글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작가들이 브런치에 많이 모여있다.
그리고 그런 글들 중에서는 상처를 드러내는 글들이 많다. 이렇게까지 다 공개한다고...? 당황스러울 정도의 글도 있고, 참 애잔하고 애잔하다 하고 느끼는 글도 있고, 버틴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 문단을 읽으면서 모두가 작가가 말한 사과받지 못한 나라에 같이 들어가면 다 같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지금껏 살면서 학창 시절 내내 외로웠던 내 삶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브런치를 통해 느끼고 있다.
두 번 읽은 부분이다. 책의 후반. 이 책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느낀 부분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의 한 장 한 장이 너무 귀하고 좋아서 아깝고 아깝고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는 게 아쉽고 아쉬웠지만 일상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면 오늘은 작가사 창조한 희령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이 책을 완독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일 소중한 인연이 보내줄 책이 도착할 예정이라 그 책도 읽어야 하니까 하는 핑계로 눈이 떠지자마자 (새벽 2시쯤)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쳤다. 펼쳤지만 주체할 수 없이 슬픈 마음에 이 부분을 다시 읽은 것이다.
책의 전개가, 특히 100년 전의 이야기가 참 좋았던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결말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읽는다는 행위가 가져다줄 수 있는 충만함을 가득 주었기에 정말 행복했던 이 책. 욕심을 부리자면 작가가 빨리빨리 신작을 내주면 좋겠지만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작가의 진짜 팬이 되었기에 진득하게 기다려 보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달 언젠가 최은영 작가가 내가 소속된 교육청 산하 기관에 특강을 하러 온다고 한다. 나는 정말 연가를 쓰고서라도 가고 싶지만, 내가 특강의 대상이 아니기에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강구해보았지만 결국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남편은 더 알아보라 했지만 이 책을 완독 하며 마음을 접었다. 언젠가 정말 인연이 닿는 다면 멀리 서라도 볼 수 있겠지.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생겨 다행이고 참 행복하고, 그녀가 많이 부럽기도 하다. 이런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그녀가 오래오래 작품 활동을 하면 좋겠다. 오래오래 그녀의 팬으로 남고 싶다. 최은영 작가를 나는 많이 응원한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선물하고 싶은 책.
내가 사랑하는 작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