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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19. 2021

튀어나오는 것들(2)

너는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야..?

"너는 여전히 오늘도 그곳에 누워있었다."


시골학교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운전을 하다 보면 항상 도로에서 반갑지 않은 존재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건 바로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사체. 토끼, 고양이, 개, 청설모, 다람쥐, 그리고 사슴 비슷한 존재들까지. 특히나 가장 괴로운 순간은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 꼭 거쳐가야만 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사체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일반 국도를 달릴 때는 옆 차선의 상황을 보고 차선을 바꾸거나 혹은 사체를 저의 차바퀴와 바퀴 사이에 위치하도록(밟지 않도록)해서 지나가면 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모두가 레이서가 된 마냥 엄청난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도, 차선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 그냥 밟고 지나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그 불쌍한 존재가 그곳에 누워있다는 걸 미리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기에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어떻게 해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어느 출근날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고속을 잘 즐기지 않는 터라 그날도 천천히 서행해가며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차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을 이유가 없는 도로였는데 브레이크를 잡았다 다시 가다 잡았다 다시 가다 하더니 앞에 장애물이라도 있는 듯이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뭐지? 졸음운전인가? 하고 유심히 보고 있는데..


앞차가 지나간 자리에 보이는 것은 어떤 검은 물체였습니다. 백과사전 만한 크기의 검은 물체가 아주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저도 앞차와 똑같이 슬금슬금 다가갔고, 제 눈으로 목격한 것은 자고 있는 듯한 하지만 누가 봐도 죽은 고양이었습니다. 사체가 하나도 손상이 안된걸 보아 차와 부딪힌 지 얼마 안돼 보였습니다. 너무 놀랐고 당황했지만 출근길이었고 줄줄이 뒤로 차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아이가 제 앞바퀴 사이에 위치하도록 하여 밟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마치 갓 잠든 듯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명을 달리 한 녀석. 백미러로 뒤에 오는 차들이 그 아이를 피해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차들은 저처럼 서행을 하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기에 누군가는 그 가여운 아이를 밟고 지나갔을 테고 굳이 제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가 구독하는 어떤 작가님께서는 여행길에 발견한 새를 고이 들어다 묻어주셨다고 썼는데, 저 또한 출근길이 아니었다면 운전 중이 아니었다면 너무 고와서 더 가슴 아팠던 그 아이를 제 손으로 거둬줄 수 있었을까요?

지금도 밤하늘처럼 까맣던 그 아이의 몸 색깔이 선명히 생각납니다. 


 


이번엔 퇴근길이었습니다. 

동네에 들어서 좌회전을 하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처참했습니다. 이미 털도 다 뽑힌 상태로 누가 밟았는지 한쪽 날개가 부러져 뜯겨 나간 상태로 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날지 못했는지 그 비둘기는 퇴근길,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뒤뚱뒤뚱 걷고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보지 못했다면 치고 지나갔어도 몰랐을 것입니다. 아니지, 치고 지나갔다면 알았을까요? 그렇다면 아마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그 아이를 보았고 경적을 울렸으나 경적소리에 저를 쳐다볼 뿐 그 아이는 다시 뒤뚱뒤뚱 도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경적을 한번 크게 울리고 그 아이가 멈췄을 때 제 앞바퀴 뒷바퀴 사이에 그 아이가 위치하도록 하고 지나갔습니다. 백미러로 확인하니 그 아이는 여전히 뒤뚱거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다시 제 눈을 거두었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마 제 뒤차, 혹은 뒷 뒤차에 의해 그 아이는 명을 달리했을 것 같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처참합니다. 



로드킬의 현장을 목격하는 건 사실 그 자체로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안 좋은 건 그 사체들이 바로바로 치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서두에 "너는 여전히 오늘도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라고 썼습니다. 


제가 퇴근길에 이 시골길에서 며칠째 마주하고 있는 토끼의 사체가 생각나 쓴 문장입니다. 사실 토끼인지 다른 동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 아이의 몸은 마치 원래부터 땅이 붙어있었던 것처럼 납작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많은 차들이 그 위로 지나간 것 같았고, 그래서 그 아이가 생명체였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처음 목격했을 때 축 늘어진 긴 귀를 보고, 여기는 시골이니까 토끼 일 수 있겠다.. 는 생각에 저 혼자 마음대로 토끼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사실 그 아이가 토끼인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좀 그 아이의 사체를 거두어줬더라면, 아니 치워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긴 저도 못하는 것을 누가 해주길 바라는 이 생각 자체가 이기적일 수도 있겠죠. 


그저 저는 속이 상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밟히는 그 사체들이, 그래서 점점 형태를 잃어가고 나중에는 더러운 흔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그 운명이 야속합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그 안쓰러운 존재가 길에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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