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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12. 2022

강의를 하라고요?(2)

3차 백신, 컨디션 난조

강의가 코앞이다.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점점 될 대로 돼라,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강의가 있는 주의, 전 주(week)가 되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서 노트북을 켰다.


매번 주기적으로 하는 패턴이 똑같은 학교운영원회에도 매회 시나리오가 있는데

나는 초짜 강사니까 이번 강의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다다다다다다, 타자가 빠른 나. 거침없이 써내려 갔다.

써 내려갈수록 뭔가 할 말이 정해졌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감 뿜뿜하며 작성한 초고는 A4 기준 글자포인트 10으로 7장.

와, 내가 할 말이 진짜 많구나. 하고 안심했다.


그러나 이때는 몰랐다. 7장이 아니라 14장이 필요했다는 걸.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국민 비서에서 문자가 계속 왔다.

(000님의 백신 접종 유효기간은 9일입니다. 어쩌고저쩌고)

결국 맞으란 얘기였다.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이제 건너 건너가 아닌 내가 직접 아는

지인들에게서도 확진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이라 접종하기로 정말 큰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2차 때 하루정도 고열이 났지만 무사히 넘어간 경우라

3차도 별 걱정을 안 했고. 실제 접종을 한 날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서 모의 강의 실연을 해봤다. 타임워치 키고.

그런데 첫 시간 하자마자 느껴지는 망삘. (망한 기분)


나에게 주어진 강의 시간은 총 50분씩 3시간이었다.

강의 담당 주무관님이 처음이니까 45분씩만 강의하시고, 마지막 시간은 40분만 하시라고.

점심시간 많이 드리면 좋아하니까.라고 하셔서 조금 줄어들었지만

모의 실연 결과 세 시간 다 30-35분에 끝이 났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강의를 들어준 남편이 말을 좀 천천히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서 평소에 말 엄청 빠른 나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천천히 해봤다.

결론은? 30분짜리는 35분 되고 35분짜리는 그대로 35분... 망했다.

갑자기 큰 근심에 빠진 나를 보며, 시나리오도 안 보고 잘하네.

10분이 남는 거면 강의 듣는 사람들한테 뭘좀 시켜봐.


응? 오! 그러네, 그걸 왜 생각 못했지? ㅋㅋㅋㅋ

그래서 시나리오 수정을 시작했다. 어디에서 뭘 시킬까.

시킨다고 적극적으로 반응이 오진 않겠지만 누구 하나라도 반응하면

폭풍 칭찬과 재설명을 하면 5분은 가겠구나..!


그래서 두세 군데 질문할 곳을 지정해놓았다.

하.. 잘 될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오늘 밤 아이들이 자면

마지막 모의 강의 실연을 해볼 참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도 시간이 안 채워지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준비한 것을 다 전달할 것이고, 진짜 내 기준에서 강의를 성심성의껏

구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걱정되는 건 백신 맞은 다음날부터 접종한 팔이 아파오더니

안쪽 바깥쪽 할 것 없이 사정없이 아프고 같은 쪽의 무릎까지 아파왔다.

그리고 동시에 힘이  빠지는 증상까지.

이게 바로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늘 말하는 컨디션 난조인가.


과연 초짜 강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의 건투를 빈다.

방치되어있는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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