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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24. 2022

강사비가 입금 되었다.

공무원 부수입

https://brunch.co.kr/@jsmbja/533


강의를 끝내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 나도 회계 집행을 하는 사람이라 이해는 하지만 최종 결재권자가 일주일 내내 격리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어떻게 강사료가 이렇게 안 들어올 수가 있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디링 디링" "**교육연수원 ******원 입금"


오!?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네. 진짜다. 나의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다. 나는 경력도 없고 특별한 자격증도 없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많이 들어왔지? 이거 나중에 토해내라는 거 아니야? 물론 인지도가 높고 경력이 많아 엄청난 강사비를 받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이지만, 나에게는 월급의 10% 정도에 육박하는 금액이었기에 두 눈이 번쩍 띄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예산 편성 지침의 강사료 기준을 살펴보았다.


나의 소속기관 강사료 기준표

와. 강사료 기준이 이렇게나 높았나. 예를 들어 교장선생님은 일반강사 1급이니 한 시간만 강의해도 16만 원을 받으시겠네. 평소에 인건비 지출을 하면서 강사비도 많이 지급했었는데 그때는 남의 일이었기 때문에 돈을 돈으로 보지 않았고 숫자로만 생각했다. (사실 강사비뿐만 아니라 나는 하루 종일 학교회계를 집행하지만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숫자를 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간이 콩알만 해서 돈으로 본다한들 공금횡령이라는 큰 범죄는 저지르지도 못하겠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 테니. 미리미리 조심하기. 게다가 이것이 숫자가 아닌 돈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마 자격지심에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 와, 방과 후 강사는 한 시간에 얼마씩 받아? 어떤 작가는 한 시간 강의하고 이만큼이나 받는단 말이야? 경력이 5년도 채 안 되는 교사가 나보다 월급이 많네? 등등. 한번 자격지심에 깔리다 보면 버틸 수 없는 자리가 또 이 자리다. 그러기 때문에 사전 차단!)


그런데 내 일이 되고 나니 이번엔 진짜 돈으로 보였다. 사실 공무원은 법에 의해 영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적다. (할 수 있는 분야: 임대사업 - 이것도 제한이 들어오고 있다. - / 출강이나 출판 등등) 그래서 나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부수입은 생각도 못하고 오로지 연봉만 보고 살았다. (그나마도 요새는 연차가 조금 찼다고 연봉이라고 할 수 있지, 그동안은 거의 생계비 정도. 요새는 생계비로 쓰고 쥐꼬리만큼 저축할 수 있는 정도이다. )


그런데 나에게 합법적인 부수입이 처음으로 들어온 거다! 게다가 강사료뿐만 아니라 원고료도 들어왔다.


나의 소속기관 원고료 기준

사실 나에게 들어온 총금액을 딱 강의한 시간으로 1/N 해서 따질 수는 없다. 말 그대로 강의를 하기 위해 원고를 만든 시간, 원고를 고 친시 간, 강의를 연습한 시간을 다 따져서 나눠보면 또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다. 제안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해냈다는 것,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연봉 외에 다른 부수입을 창출해냈다는 것이 다 내가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신세를 나 스스로 고달프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오늘 내가 이론 강의를 맡아서 할 때 실습강의를 맡아서 하신 강사님과 대화를 했는데, 수강생분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강사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예의상 한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저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칭찬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것이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되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부수입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해봐야겠다. 의미 있는 만큼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실 공무원, 혹은 예비공무원분들은 이런 기회가 오면 꼭 잡기를 바란다. 당연히 스트레스 엄청 받고, 부담감도 엄청 크고, 후회가 막심한 순간들이 초반에는 오지만 그럴수록 준비를 열심히 하게 되고, 준비를 할수록 안정감을 찾게 된다. 나도 이제 겨우 한번 해봤지만 원래 나 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해야 나 같은 분들이 용기가 나는 것이 아닐까. 강의가 업인 분들은 그만큼 능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니까 잘하시는 거고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해냈다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가 될 테니까.


마지막으로 그래서 내가 얼마를 받았는지 궁금하시다면 계산해보시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굳이 언급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 강의를 했기 때문에 출장비가 포함 안되었지만, 강의 장소로 출장을 가신 분들은 출장비까지 지급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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