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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01. 2022

나란 인간, 서툰 인간

인수인계

8월의 마지막이 이렇게 무거운 적이 있었나 다시 돌아본다. 아, 있었구나.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내가 지금의 학교로 발령받고 마무리를 하던 그때도 너무 버거워 응급실까지 실려갔으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참..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깃털 같은가.


https://brunch.co.kr/@jsmbja/360



차라리 내가 발령이 났으면 한번 겪은 일이기에 덜 헤매었을 텐데 이번에는 학교의 "장"이 발령이 나버렸다. 말 그대로 나버렸다.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무거운 "장"의 이동. 그리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 정말 솔직하게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9월 교원 발령이 크게 나는 바람에 여러 학교가 나처럼 멘붕에 빠졌고 같은 상황에 놓인 같은 직종의 그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나한테까지 영향을 미쳐 희뿌연 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하지 않은 길잡이는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오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아직 모든 인수인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에서 꼭 기록하고픈 욕구가 오래간만에 솟아올라 노트북을 켰다.


"장"이 발령이 나면 일단 모든 "지출"을 해야 한다.  


지출에는 "일반 지출", "카드 지출" 그리고 "정기적 지출" 이 있다. 말 그대로 "일반 지출"은 업체에게 공사, 용역, 물품과 같은 어떤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카드 지출은 법인카드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정기적 지출은 공과금이나 매달 나가는 수당 같은 것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장"이 바뀌는 순간 다 처리해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러지 못한 이유를 인수인계서에 상세목록과 함께 다 기록해야 하는데, 내가 여기저기 문의해본 결과 기록하는 사람이 있고 다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너무너무 바빴다. 보통 "급식"과 같이 한 달 내내 납품을 하는 업체들은 그 달의 말에 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 초에 청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모든 서류와 (세금) 계산서 발행해줄 것을 요구했고, 카드도 다 법인카드 전용통장으로 지출하여 잔액이 남지 않도록 즉시출금 처리를 해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은 카드 긁은 것이 카드사로 넘어갈 때까지는 최소 1-2일이 걸리기 때문에 당일 사용한 대금은 청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


여기까지 했으면 이제 공과금 나갈 것 예상해서 현금출납부를 딱! 맞추고 왔어야 하지만 삶이 정말 녹록지 않다. 월요일 새벽부터 갑자기 토하기 시작한 첫째 딸이 장염 판정을 받는 바람에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출근한 터라 지출 마무리만 하고 급하게 귀가했다. 내일 인수인계서를 본격적으로 작성할 예정인데, 작성해서 인수인계 끝내고 그다음 절차가 무엇이 남았는지 알아본 후 다 처리하고 한번 더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사실 그동안 다른 매거진에 집중하느라 이 매거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실무자분들이 여러 경로로 이 매거진을 찾아주셨고 개중에 일부는 댓글도 남겨주셔서 소통을 해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는 기쁜 알람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이것이다.

사실 10명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리고 작년 7월에 만들었으니 1년 1개월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형편없는 숫자일 수 있지만 그저 나는 기뻤다. 첫 완독자가 생겼을 때도, 6명이 완독 한 걸 알았을 때도, 8명이 완독 한 걸 알았을 때도 그리고 10명은 드디어 두 자리 숫자가 되었다는 기쁨에 입이 귀에 걸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완독 하신 분들은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교행직의 매력을 느끼셨을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을까 아니면 그 외에 어떤 감정들이 그분들 마음에 교차했을까. 


출간된 정식 책은 아니지만 내가 책으로 엮어본 나의 두 번째 브런치 북. "누가 교행직을 꿀이라고 했나".


https://brunch.co.kr/brunchbook/hongdaon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주요 독자가 너무도 제한될 수밖에 없음에도 완독 해주신 10분과, 한 번이라도 읽어봐 주신 400명에 가까운 분들. 그리고 이 매거진을 구독하고 계신 18분의 구독자분들에게 이 글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 본다. 



요새 내 삶에서 직업을 빼면 뭐가 남을까? 무엇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퐁퐁 솟아오르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살아가기 위해, 우리 가족이 살아가기 위해 직업을 버리기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안다. 그러기에 결국 지고 가야 할 "직업"이라면 그 길이 결코 평탄치 않기에 사랑할 수는 없지만 끌어안고는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고 로또의 꿈을 버린 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이번 인사발령으로 느낀 여러 가지 소회도 남기고 싶다.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9월이다. 2학기의 시작인만큼 모든 교행직들을 더더욱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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