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단정함

흐트러지는 계절에 선을 다시 세우는 일

by cochise barber

여름은, 뭔가를 조금씩 무너뜨린다.
정확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그런 기운이 있다.
습도는 높고, 햇빛은 쎄고,
몸은 천천히 지치고, 마음은 느슨해진다.

지금 내가 바버로서 살아가는 계절이 그렇다.

페드로 바버샵은 그런 여름의 가운데 있다.
무더위 속을 뚫고 들어온 손님은 문을 닫으며 짧은 숨을 쉰다.
에어컨 바람은 찬물처럼 피부에 닿고,
우리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머리를 정리한다.


여름엔 대부분 짧은 머리를 원한다.
선명하게 떨어지는 옆머리, 깔끔하게 정리된 뒷라인.
머리를 정리하면 사람은 이상할 만큼 자세를 고친다.
허리를 펴고, 거울을 똑바로 본다.
그 얼굴에는 약간의 자신감과, 아주 미세한 안도의 기색이 있다.

아마도 단정해졌다는 감각은
겉모습보다 마음에 먼저 닿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장면들을 자주 본다.
하루에 몇 번씩, 사람의 흐트러진 리듬이 다시 정돈되는 순간.
그건 아주 작고도 조용한 회복이다.

무더운 여름엔 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

말 그대로 ‘선’ — 이마 라인, 귀 위,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그 선 말이다.


그 선이 망가지면 전체가 흐려진다.

머리카락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리듬이 무너지면 일상이 흐려지고,

그 일상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되면 조금 더 신중해진다.
선명한 선을 만들기 위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세워주는 손놀림을 위해.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내는 태도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은 누군가의 머리를 자르면서
내 마음도 정돈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리고 여름,
그건 단정함의 소중함을 다시 배우는 계절이다.


"단정하다는 건, 다시 나로 돌아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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