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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Apr 22. 2024

작은 예배당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직장을 향해 출발하는 순간,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또 편안해지기도 하는 순간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출근하기 싫어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다섯 식구가 북적대는 집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기에 또 편안하기도 하다. 어디서나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유난히 사람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보다는 스트레스가 많은 나로서는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인 '출퇴근하는 차 안'이 가장 편안한 곳이다. 아주 작은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말하고 싶으면 하고 말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편하다. 혼자 있는 차 안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때론 이걸 기도라고 해야 하나, 싶게 넋두리와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어쩔 때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한다. 기도가 안 나올 때는 교회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고, 그조차도 안될 때는 한숨을 푹, 쉬다가 아이고 하나님... 하고 읊조린다. 이것조차 하나님께서 '예배'라고 인정해 주신다면, 그렇다. 나의 출퇴근 시간, 나의 차 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이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하나님께 나의 기쁨도 즐거움도 상한 심령도 다 드릴 수 있는 시간이요 공간이다. 오늘도 나는 찌뿌듯한 몸을 겨우 질질 끌다시피 해서 집을 나섰고, 이중주차가 되어 있는 차의 차주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걸고, 좁은 주차장 안을 겨우겨우 빠져나가며 한숨을 쉬다가 "주님~"하고 넋두리 같은 기도를 시작했다. 나도 멋지게 찬양하고 성숙하게 기도하고 싶은데, 나도 떼쓰는 어린아이의 신앙이 아니라 장성한 분량의 신앙을 가진 자이고 싶은데, 내 작은 예배당에서 나는 여전히 떼쓰고 한숨 쉬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 그러다가 또 문득 하늘을 보니 너무 이뻐서, "하나님 역시 살아계시네~"하고 감탄하며 감사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감정기복 심한 딸의 철없는 예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받아주셨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어 본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느라 정차하던 중에 이뻐서 담은 하늘... 하나님이 지으신 만물 중, 하늘이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인간의 죄로 오염되어 죄스럽고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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