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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8. 2020

누구나 겪게 되는
자존감 좌절 포인트 세 번째

‘나도 날리고 싶거든, 돌직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도 웃으며 돌직구 날리고 싶거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돌직구를 날려 한방 먹이고 싶은 순간, 다들 한 번씩은 있으시죠?

상상만으로도 통쾌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돌직구를 날린 스스로가 세련돼보여 뿌듯해지기까지 합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한다는 것’,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그럴 수 있기를 정말로 소망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며 이불 킥하는 대신에 그 자리에서 웃으며 할 말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웃으면서 뼈 때리는 말을 날려보고 싶습니다. 나를 누구보다 내가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길 바랍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슬픈 사실......

웃기는커녕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오히려 저만 사회생활에 미숙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참아야 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질 때까지 보류하지 마세요. 기다리지 마세요. 그런 순간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서툴더라도 -울거나 화내며 말하더라도- 일단 나를 지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웃으며 말하는 내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연습해야 합니다. 처음은 어설픔 그 자체일 거예요. 눈물을 흘리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화를 내거나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시도를 통해 조금씩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마지막에 완성된 모습으로 짠~하고 나타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풀지 못하고 쌓아둔 감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인 반응을 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그때그때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는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당시 제 상사는 일 처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정부터 싹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논리적이고 일을 잘하시는 분이긴 했지만 너무 얼굴에 감정이 확연히 드러나고 직설적인 말하기로 상처 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수용하기 힘든 상사의 소통방식에 대해 제 의견을 그때그때 표현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지나쳐버렸는데요. 어느 날 그동안 눌러놨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버렸습니다.

그 날은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화장실에 가서 친한 동료에게 연락을 해서 속상한 감정을 털어놓으면 진정이 되는가 싶다가도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정말 죽겠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싶었거든요.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는 제가 오죽했겠어요.

특히 자꾸만 눈물이 나서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좋은 생각을 되뇌어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저는 반복되는 상황을 계속해서 수용할 마음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에 진정되지 않았던 거였고, 그래서 표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저도 담담히 제 감정을 말하거나 웃으면서 돌려 말하는 내공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시 전혀 저는 그런 내공이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늘 그 내공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 이상 피할 순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상사에게 찾아갔습니다.

상사 방으로 찾아가 "드릴 말씀이 있다"며 회의테이블에 앉아서는 울기 시작한 저를 보며 상사는 매우 당황해했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집에 큰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부장님과 잘 지내고 싶은데 자꾸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서 용기 내는 거라고요. 다른 사람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제가 잘 캐치하는 편인데, 부장님과 일할 때 굳은 표정을 확인할 때마다 그게 힘들다고요. 사실 그러고 나서 며칠은 서먹했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되기도 했어요. 부장님은 제가 표정 이야기를 운운해서 제 얼굴을 쳐다보는 게 신경 쓰였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어떤 표정으로 말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고 나니 이야기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표현은 필요합니다. 웃으며 말하는 내공은 그냥 생기지 않아요. 저도 울며 시작했지만, 다음에는 좀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으리란 믿음, 확신이 생겼으니까요.(진짜 그렇게 되었습니다!)



참다 보면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만
커져갑니다.


저는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까 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위기가 경직되면 어색해지고 서로 불편해지니깐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하게 되고, 벼르고 벼르다 하게 되면 눌러놨던 감정적인 반응이 격해져 전투적인 태세로 말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제가 걱정했던 것처럼 분위기가 경직되곤 했습니다.

경직되고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감정이 조금이라도 덜 쌓였을 때, 좀 더 일찍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경직되고 어색하고 불편해질 수 있지만, 무조건 해야 늡니다. 여러 번 연습하다 보면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부드럽게 여유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도가 트이듯, 유머러스하게 돌직구를 날릴 방법은 없습니다. 고기도 씹어야 제맛이라고, 말도 해야 느는 거더라고요.


경직되고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참다 보면 누구 하나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이 없이 참아야 하는 순간만 늘어납니다. 그러면 상대를 미워하는 감정만 키우게 됩니다.

감정은 눌러놓는다고 저절로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표현되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있는 감정 뭉치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상황에 맞지 않은 과도한 반응을 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이 보기에 자잘하다 여겨지는 감정들도 쌓아두지 말고 표현해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일상 속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웃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서툴더라도 조금씩 말해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그 경험치가 쌓여 결국엔 웃으며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CHECK POINT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상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꼭 그 사람에게 표현해야만 해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거나 스스로를 다독여도 진정되거나 풀리지 않는 감정이 그러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를 상처 주는 표현 방식은 절대 NO>라는 것입니다.  내 욕구에 초점을 맞춰서 내가 바라는 마음과 감정을 토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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