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독섬과 두섬

청계천 로망스

by 초부정수

어복쟁반은 아직 반도 먹지 않았는데, 소주는 벌써 각 일병이 가깝다.


"주제가 죄인지, 술이 잘 들어가니 한숨 쉬고 가지. 어복쟁반 고기도 좀 먹어가면서.."

필립은 자작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소주를 적당히 마시기로 한 결정이 무색해졌지만,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일본, 역사, 정치 이런 것이 섞이면 조금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물며 스포츠조차 일본이 관계되면 좀 다른 스포츠로 변하지."


"그래도 한국 사람이 일본 여행을 제일 많이 가는데?"

필립은 이안이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일본 여행과 반일 감정은 조금 다르다고 봐. 그러니까 역사적 감정은 감정대로 유지하지만, 여행지로서 우선 거리가 가깝잖아. 그리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고, 일본의 인프라는 역사와 무관하게 한국인들에게도 편하고 안전하기도 해. 친절하고, 문화적으로 우리와 다른 매력도 꽤 있기 때문에 실용적 요소를 생각하면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



"그럼 정서와 현실의 분리라는 뜻인가?"

소주 한 잔을 따라 마신 데이비드가 한 마디 불쑥 거든다.


"그런 면도 있고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정치와 개인 소비의 분리라고 해야 할 것 같네. 민주적 자본주의 경제인들이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그건 일본인들이 더 그런 것 같아. 대학 다닐 때 보이스카웃 관련된 일로 일본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나오키 오무라'라는 녀석이었어. 내가 역사 이야기를 하면 왜 자꾸 지난 일을 이야기하냐고 하더라고. 이미 다 지난 일이니 잊고 지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이미 다 지난 일이니까 이야기한다고. 예전에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일본인들이 쥐 잡듯 죽이려 해서 할 수도 없었으니까 이제라도 서로 좀 이야기를 해야 속이라도 시원하겠다고 ㅎㅎ. 사실 그때 독도는 우리 땅 노래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여서 독도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서로 기본적인 이해도 달랐던 것 같고 나는 노래 가사 내용 정도로만 독도를 알고 있었는데, 서로 영어도 수월치 않고 해서 제대로 된 토론(?)은 불가했던 기억이 난다."

필립은 대학 때 만난 나오키 오무라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이후로 그 친구를 만나본적도 연락도 해 본 적이 없지만 며칠 동안 함께 먹고 자면서 지낸 첫 번째 일본인이다.


"지금 만나면 뭐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어? 오히려 서로 더 이해 못 할지도 모르지."


"그가 정치인이 아니라면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겠지. 정치인은 사실 우리나 일본이나 알반인들과는 생물학적으로도 좀 다른 종(種)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으니까, "


"어떤 이야기를 할 건데? 역사가 뭐 달라졌나? 오히려 요즘 일본사람들은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교육으로 억지 주장은 한국이 한다고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어려서부터 왜곡된 교육을 받은 일본인들은 어쩌면 당연히 독도는 다케시마라는 일본 섬이라고 알고 있겠지." 데이비드는 필립의 생각이 회의적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애들이야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건데. 하지만, 독도 문제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역사책이나 지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워낙 오래된 자료들도 있고 서로 주장하는 내용도 상이하잖아. 옛날 프랑스의 고래잡이 어선이 독도를 발견했을 때는 리앙크루 암초라고 지도에 표시해 놓기도 했어. 일본의 주장은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제삼자들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생각을 하니 쉽지 않은 일이긴 한 것 같아.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럴 수가 있나? 어떻게?"


"그저 독도라는 말 자체에 다 나타나 있거든. 일본 사람들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하지? 다케시마라는 건 대나무섬이라는 말인데, 독도에는 대나무가 있었던 적이 없단 말이야. 그냥 뜬금없이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지. 반면에, 우리는 원래 그 섬을 아주 옛날에는 독섬이라고 불렀거든. 독섬이라는 말은 경남 사투리로 돌섬이라는 뜻이야. 돌을 경남 지방 사투리로 독이라고 했거든. 독도는 그야말로 순순한 돌섬이잖아."


독[ _ ] 명사. 돌. : [합천] [사전]
@질바닥에 독이 너무 많다. (=길바닥에 돌이 너무 많다.) 218p.
[경남전역]

돜[ _ ] : [거창 고성 밀양 진주 창원 합천]. 219p.


"아.. 돌섬이 독섬인데, 그것을 일제 강점기에 한자로 표시하면서 독과 비슷한 발음을 찾다가 '다케(竹)'라고 쓴 것이구만. 도쿠 또는 도꾸라는 발음을 표기할 글자가 없어서, 그나마 비슷한 대나무 죽(竹) 자, 즉 자기들 말로 '다케'로 쓰고, 섬은 일본어로 '시마(島)'니까 죽도(竹島), 즉 다케시마가 된 것이로군. 그리고 한국에서는 원래 독섬의 음을 그대로 가져다가 독도(獨島)라고 정한 것이고."


"필립 말대로 단순한 게 정답이네."


"말은 단순한데, 나도 이 내용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거야. 심플한데 명확한 것 같이서 기억이 나네."


"사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본 섬이 더 있지." 이안도 이상하게 생각하던 일본의 섬 이름이 있었다.


"어떤?".


"대마도라고 알지? 일본인들이 독도가 일본에 더 가까우니 일본 영토라고 할 때, 한국사람들은 그렇다면 대마도는 한국 땅이냐고 하기도 했는데, 그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대마도는 일본어로 쓰시마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대마도(對馬島)라고 쓴단 말이야."



"그게 뭐 이상한데?"


"글자를 잘 보라고. 섬은 한자로 도(島)이지? 일본어로는 '시마'라고 읽고."


"그렇지."


"그런데 앞의 대마(對馬)는 그냥 '쓰"라고 발음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글자는 두 자인데 발음은 하나이지."


"좀 이상하긴 하네."


"그래서 내가 일본어 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일본에서는 대마도를 그냥 대마(對馬)라고 쓰고 일본식 한자어 발음으로는 쓰시마(つしま)라고 읽는다는 것이야. 그런데 이것도 좀 이상하더라고. 잘 보고 생각을 해봐..

対 → つ (쓰)
馬 → ま (마) → 합쳐서 つしま (쓰시마)..."


"조금 이상하긴 하네. '쓰'는 알겠는데, '마'는 왜 '시마'라고 읽는 거야? 그냥 '쓰마'일뿐인데..."


"섬이니까 시마(島)라고는 해야겠는데, 쓰마라고 하면 이상하니까 쓰시마라고 한 것 같단 말이지."


"그럼 '쓰'는 뭐여?"


"먼저 대마도의 역사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대마도는 환경이 열악해서 조선의 경제적 지원과 보호가 없으면 살기 어려운 섬이었기 때문에, 대마도주는 오히려 조선에 더 충성을 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금의 오키나와인 류쿠 왕국을 일본에 복속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단 말이지. 그리고 조선 시대에는 지금의 그 대마도를 '두섬', 즉 두 개의 섬이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 대마도가 섬 두 개로 이루어져 있잖아."


"아,,, 그럼 이것도 대마도 사람들이 두섬이라고 따라 하다가 자기들 말로 두시마 혹은 뜨시마로 쓰다가 쓰시마가 되면서 일본어로 굳어진 것이구만."


"그렇지? 너희들도 금방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주 간단한 이치란 말이야. 사람들이 쓰는 말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실제로 담겨있다구.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좀 말을 순화하고 근사하게 또 고급지게 써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그래, 그 정도면 충분히 그 나오키 오무라라는 친구와 토론해 볼 만하겠다, 그럼 그 친구를 기억하면서 한 잔 들 또 각자 따라 마시자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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