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캔

에세이

by 장순혁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은

때로는 너무나 사무쳐

일부러 소리 내어 웃고는 한답니다

텅 빈 길거리를 지나

마찬가지로 텅 빈

집의 문을 열면

새어 나오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어질러진 방안에 대충 자리를 잡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냅니다

삶의 낙이 퇴근한 후 술 한 잔이라니

어렸을 적 아버지가 퇴근하신 후

소주를 드시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티비를 켜고

맥주를 마십니다

한입 두입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들의

미소를 따라지어 봅니다

어색하게 일그러지는 얼굴이

거울을 통해 비칩니다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요

억지로 회사에 출근하고

억지로 텅 빈 집에 반가운 듯 찾아와

어김없이 맥주 한 캔을 마시겠지요

이 쳇바퀴가 언제쯤 고장 나려나요

저라는 나사가 빠져도

고정되는 일상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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