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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혁 Dec 02. 2024

어쩌면

에세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내가 떠났다고 생각한 곳이
내가 떠났던 것인지 나를 떠났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떠나지 않았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전 들었던 흘러가는 유행가처럼
어렴풋이 그 형태만이 떠오르는 그곳은 지금 이곳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곳은 어둠이 자리했습니다
나름 까만 흥취를 즐기던 때도 잠시 금방 시들해졌습니다
그 후로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낮이 지나간 뒤 밤이 온 것인지
낮은 내 생각에 불과할 뿐 영원히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인지
어쩌면 나 혼자 어둠 속에 갇혔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이 나를 가둔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그곳에서부터인 것인지
답이 없는 질문들에 갑갑함과 두려움이 밀려와 이런 날은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당신께서 그곳을 떠나셨을 수도 있겠지만
왜인지 당신은 떠나지 않으셨을 것 같아 묻습니다
그곳을 찾고 싶습니다
머리부터 발끝을 뒤덮은 잔가시 난 불안감의 답이 그곳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계신다면 이곳과 그곳의 차이점을 말하고
계시지 않는다면 글로 적어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난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아니 이곳이 날 떠날 수 없게 합니다
어쩌면 이곳이 그곳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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