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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汝諧)

에세이

by 장순혁

사월과 함께 찾아온 봄
한 그루의 묘목이 잎을 틔웠다네
여해라는 묘목이

다리를 다치면
버드나무 껍질을 동여맨 채로
흰옷을 입으면
더욱이 앞만 보며 나아갔다네

스물세 번의 거센 태풍에도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았으며
상처쯤은 나이테라 여기며
이 악물고 버티고 견뎌내었다네

피 흘리는 승려를 치료하고
다리를 절룩이는 노비를 부축해 주며
엄한 아버지 같은 규율들과
다정한 어머니 같은 덕을 베풀었다네

한산도와 명량, 노량을 호령하며
휘둘러 쓸어버리는 석 자 칼에
핏물 한 방울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으며
산처럼 무거이 자리를 지켜내며
망령되이 움직이지 아니하니
왜적은 그 존재감에 땀방울만 흘려댔다네

그러다
그러다가
십이월의 시린 겨울날
한 그루의 나무가 빛이 바랬다네
충무라는 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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