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혁 Dec 04. 2024

유리 밖 그대

에세이

유리 밖 너머에
어른거리는
그대에게
난 참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지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대는 흥미 있다는 듯
유리를 떠나지 않았으니까

나의 사랑과 우정,
그따위의 시답잖은 얘기도
그대는 그저 들어줬어

그러니 내가
그대를 내 친구로 여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그러나 내가
그대의 답을 듣지 못하고
그저 나의 감정만
의미 없이 뱉는다는 걸 알았을 때

그대는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라
그저 내 삶을 바라보며
철저히 남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손을 뻗어도
그대는 내 손을 잡지 않았겠죠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그대는 나를 무시했겠죠

분을 참지 못해
주먹질해 깨버린 유리는
그 조각조각들이 말하더군요

나는 거울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