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밖 너머에
어른거리는
그대에게
난 참 많은 것들을
털어놓았지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대는 흥미 있다는 듯
유리를 떠나지 않았으니까
나의 사랑과 우정,
그따위의 시답잖은 얘기도
그대는 그저 들어줬어
그러니 내가
그대를 내 친구로 여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그러나 내가
그대의 답을 듣지 못하고
그저 나의 감정만
의미 없이 뱉는다는 걸 알았을 때
그대는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라
그저 내 삶을 바라보며
철저히 남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손을 뻗어도
그대는 내 손을 잡지 않았겠죠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그대는 나를 무시했겠죠
분을 참지 못해
주먹질해 깨버린 유리는
그 조각조각들이 말하더군요
나는 거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