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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밀 Aug 09. 2022

어느 자가격리자의 인터뷰

재택의 진수


 내가 나를 인터뷰한다면 자기 고백과 선택적 드러내기에서 얼마만큼 얽매이고 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주 쓰기 모임에서는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미션이 주어졌다.


 때아닌 코로나로 인한 격리가 막 시작되었기에 적극적인 인터뷰 수행이 어려웠고 그렇다면 이참에 내가 나의 인터뷰이가 되어 보자고 결심했다. 질문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던지는 일의 아득함이란



1. 요즘 자주 하게 되는 고민은

 비대면의 시대다. 사람 사이의 교류 자체가 줄었고 제한적인 상황으로 인해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어긋나기 십상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문제의식이 좀 더 크다고 느낀다. 학교나 기관에서 서로 마주하더라도 마스크로 인해 상호 소통의 벽이 생긴다. 불완전한 소통으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오해로 남을 소지가 있다. 해소하는 데에 아무래도 품이 더 든다.


 아이들이 진짜 마음을 내비치는 일에 점점 애쓰지 않을까 봐 조바심이 있다.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에 쉽게 자포자기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쉽게 거두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가

 솔직히 꿈꿔왔던 삶은 아니다. 잘하지도 못하는 가사일과 서툰 육아는 내 정체성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걸 수시로 상기시켜주니 자주 괴로웠다.

일을 잘하고 싶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꽤나 갈망했던 것 같다. 합이 맞는 이들과 일할 때 얻게 되는 시너지를 좋아하지만, 끝나지 않을 불협화음을 견디는 일에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낀다. 결국 사람을 타는 이 습성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느끼고 좌절했다.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견뎌야 하는 피로감에 수차례 압도당했다. 그럼에도 가끔 선물 같은 날들도 찾아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유쾌함의 잔상은 생각보다 길었다.


 비정기적으로 스치는 어쩌다 행복감 같은 게 있어 대부분의 날을 별 탈 없이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 불만족스럽다가도 분명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이 느닷없이 온다. 그럴 때 뭐라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모으다 보면 특정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쌓여 데이터가 된다. 불만족을 걷어내든, 만족감을 길어내든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3. 일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9세와 3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동시에 둘을 만족시킬 수 있는 놀잇감이나 흥미요소가 많지 않다. 9세에게 맞추면 3세에게는 너무 시기상조의 배움과 노출이 되고, 3세에게 맞추면 9세는 금세 시시해하는 표정이다. 두 명의 외동을 키우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터울이 적은 형제들을 볼 때면 '엄마가 너무 힘들었겠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내게도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공감대 영역도 비슷하고 여러모로 친구 같은 존재다.


 6살 터울 아이들도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만으로 힘이 나는 사이로 거듭나길 바라며 아무튼 험난한 개별적 외동 항해를 지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갈 테지만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4. 꾸준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시간이 날 때, 시간이 나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기분이 좋을 때나 가라앉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이다. 집에서는 자주 머무는 자리 두 곳에 독서대를 두고 둘중 한 곳으로 향한다. 한 곳은 거실 우드 슬랩이고, 다른 곳은 식탁이다. 하루 중 머무는 시간의 총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외출하는 경우는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일단 한 권은 챙기고 본다. 심지어 시댁에 갈 때도 일단 챙기고 보는 편인데 짐꾸러미 사이에 무심히 자리 잡은 책 한 권의 존재감이 꽤나 크다. 운이 좋으면 이동 중에 작은 아이가 잠이 들 수도, 큰 애가 아빠와 자전거를 타느라 내 존재 같은 건 가뿐히 잊을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변수를 고려하여 당장 눈앞에 한 시간 가량의 여유가 생길 때 지체 없이 꺼내어 읽을 수 있도록 아무튼 대비하는 편이다.


5.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소설의 매력에도 종종 빠지지만, 언제나 현실에 발 하나는 걸치고 있게 만드는 에세이에 아무래도 쉽게 빠져든다. 그만큼 발 빼기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큰 고민 없이 찾아 읽는다. 특정 작가가 좋아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그 사람이 주는 영감을 읽는다.


 세상은 넓고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많다. 도달하고 싶은 세계가 수시로 나를 유인하지만 제한된 시공간의 문이 좁다. 그럴 때에 익숙한 에세이를 후루룩 읽을까 긴 호흡의 장편소설에 도전해볼까 자주 고민하는데 현실에 타협할 때가 많다. 요즘은 이 핑계마저도 고갈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6. 하루 중 나 자신에게 향하는 질문이 드는 때는

 육퇴를 끝으로 긴 하루에 마침표가 찍히면, 질문의 대상이 아이들에게서 슬그머니 내게로 넘어온다. 방학과 격리 기간으로 시간대가 더 고착된 느낌이지만, 모두 잠든 지금이 바로 나에게 질문 가능한 적기다.


 아이가 왜 밥을 거부하는지, 간식을 너무 많이 줬는지, 사소한 일에 떼쓰는데 혹시 몸이 아픈지, 낮잠은 왜 건너뛰는지 등등 아이를 향한 질문은 돌아서면 다시 차오르기 바쁘다. 이 의문들을 적다 보니 왜 나는 하루 종일 내가 궁금하지 않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새삼스럽지만 말하고 싶다. 실은 나도 내가 몹시 궁금하다고. 하루 끝에 몰아서 궁금해하지 말고 내일은 불쑥 중간 점검하며 지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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