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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Dec 05. 2022

각자가 쓰는 '나를 위한 글'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창고살롱 '나를 위한 글쓰기' 찬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글쓰기 프로젝트를 그만둔지 1년이 넘었다. 작년에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나찾기' 글쓰기 과정을 함께 하고 싶다는 제인 메일도 받았는데,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표면적으로는 내 일이 바빠서, 그리고 내면적으로는 스스로가 느낀 부족함을 채워야만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하고 이어 온 글쓰기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창고살롱의 글쓰기 소모임, '나를 위한 글쓰기'다. 


글쓰기 프로젝트의 효능은, '글쓰기'라는 행위 그 자체에서 온다고 늘 믿는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쓸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일. 약속한만큼 꼭 써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제 1 목표로 잡고 이번 '나를 위한 글쓰기'도 시작하기로 했다. 무언가가 되겠다는 목표 대신, 그저 쓰겠다는 계획을 이루는 일. 이 시간이 무언가를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만을 바라면서 한번 더 기획했다. '창고살롱'은 그런 마음을 풀어내기에 딱 좋은 안전한 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이기에, 조금 더 쉽게 '나'에 다가설 수 있었다.




어차피 마법을 부리는 건 내가 아니라 '글쓰기' 자체인 걸 알면서도, 새로운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긴장한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모이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막상 만나고 나면 모든 걱정이 사르르 녹아버릴 것을 알면서도 긴장하게 되는 걸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랬다. 모든 모임이 분위기가 다른데, 이번 멤버들은 유독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 처음부터 목차를 가지고 모여 출발이 빨라 왠지 더 스피디하게 느껴진 것도 독특했다.


언제나 씩씩하게 먼저 짠 하고 나타나주었던 로이 님은 고민의 흔적과 그 깊이가 느껴져서 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글을 써주었다. 고민으로부터 빠져나오겠다는 의지와, 그것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절로 응원하게 되는 글 (로이님 글에 대한 수진님의 코멘트), 아직 쓰지 않은 남은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글이 매주 하나씩 올라왔다. 뉴욕에 있는 수진님의 글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글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수진님 글에 대해 로이님은 "일종의 문화인류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으로 수진님의 매력을 더해 써내려간 점이 좋았다."고 말했고, 수경님은 "쓰시는 스타일이 캐롤드웩, 브레네브라운 같아요."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소소한듯 느껴지는 개인의 일상을 보석같이 써내려간 글들도 돋보인 시즌이기도 했다. 앨리 님은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생동감있게 풀어주었다. 일상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앨리 님의 글을 보면서 알았다. 이에 대해 로이 님은 "자신의 시간에 대해 세심하고 면밀하게 관찰하여 써내려간 점이 좋았다."고 말했고, 수진 님은 "작은 일상이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글이었다."고 소감을 말해주기도 했다. 아르미 님은 누구보다 정신없는 이직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는데, 소모임에 합류해 "이직일기"를 써내려가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철두철미함과 스윗함, 그리고 적당한 관계에 대한 의미심장한 한 마디로 이직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묵직함까지. 타인의 이직 경험을 쫓아가 볼 수 있어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너무 바쁜 일상 탓에 마지막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글쓰기 첫 경험이라면서도 창의성이 넘치는 통통 튀는 어린 시절을 공유해 준 지현님. 분명 앞으로 더 멋진 글쟁이가 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글쓰기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이렇게 보석같은 이야기를 우리끼리만 읽고 넘어가기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로 한껏 무너진 몸과 마음을 곧추 세워 이 글을 써두기로 했다. (코로나로 머리가 멍해진 탓에 글이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어 매우 불안한 마음, 양해를 구하며 글을 올려본다.) 글을 공유하면서, 함께 한 이들이 여기에 공유한 글에 이어 계속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가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쓰기 시작하기를, 또 한번 바란다.



[함께 써내려간 멤버들의 반짝이는 글을 공개합니다]


- 로이 님의 글

https://blog.naver.com/livestories/222914612669

https://m.blog.naver.com/livestories/222922132249

https://blog.naver.com/livestories/222928257394

https://blog.naver.com/livestories/222934462227


* 로이님은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을 해서 브런치에 다음 글들을 써내려 가고 있어 여기에 브런치 링크도 함께 소개한다.

https://brunch.co.kr/@saeronagi


- 수진 님의 글

https://nowhirasays.blogspot.com/2022/11/01-first-generation-college-student.html

https://nowhirasays.blogspot.com/2022/11/02-dont-worry-about-your-accent.html

https://nowhirasays.blogspot.com/2022/11/03-thanks-for-being-you.html

https://nowhirasays.blogspot.com/2022/11/blog-post.html


- 앨리 님의 글

https://m.blog.naver.com/chatty23/222913079229

https://m.blog.naver.com/chatty23/222919586805

https://m.blog.naver.com/chatty23/222929056498

https://m.blog.naver.com/chatty23/222934318079


- 아르미 님의 글 

https://m.blog.naver.com/aruemjo/222917145317

https://m.blog.naver.com/aruemjo/222926760227

https://m.blog.naver.com/aruemjo/222929718223

https://m.blog.naver.com/aruemjo/222934855490


-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프로젝트를 끝내며 나를 돌아보며 적은 내가 글 쓰는 이유에 대한 글도 함께 링크로 달아본다. 언제나 쓰지만 다시 생각할 때마다 새로이 피어나는 나의 이유들에 대하여.

https://brunch.co.kr/@jsrsoda/124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운 일. 글쓰기가 바로 딱 그런 일이다. 해야지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금방 포기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나를 위한 글쓰기'는 분명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네 번의 글쓰기를 마칠 때마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이번 시즌 동안 멤버들로부터 들은 최고의 찬사는, "우아한 압박"이라는 말. "압박하지만 압박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삼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게 하려 노력하는 매일이, "우아한 압박"으로 느껴졌다니. 나의 노력이 멤버들에게 찰떡같이 가닿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번 되뇌었다. 우아한 압박. 그리고 다시 한번 글쓰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해봐도 되겠다는 용기도 얻었다. 


매번, 내가 얻는다. 글쓰기 프로젝트는 내가 의도할 수도 없었던 신묘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가 되고 (글쓰기가 어떤 효능을 발휘했는지 후기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느낀다.), 주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고 시작한 나에게도 큰 선물이 되는 신기한 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써내려간, 우리의 한 달. 그 시간이 각자의 삶에 의외의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나기를. 알 수 없는 열매를 기대하며 이번 갈무리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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