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할 수 있다는 착각

쉬어가기 2일 차

by 쏘냐 정

새벽운동을 시작하고 2주를 채웠다. 첫 1주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채였고, 두 번째 주가 끝날 무렵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어 계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새벽을 깨우지 못한 날은 낮에 백화점에서 파워워킹이라도 하면서 운동을 이어간 자신이 스스로 꽤나 자랑스러웠었다. 이렇게라면 얼마든지 100일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너무 쉽게 믿었다. 고작 2주를 걸어놓고 말이다.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저녁, 몸이 이상했다. 둘째를 태권도장에 데려다 놓고는 침대에 누웠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당연히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사실은 정신도 차려지지 않았다. 졸린 건지 아픈 건지 헷갈렸다. 퇴근 중인 남편에게 누워야겠다고 둘째 픽업을 부탁한다고 문자를 보내고는 그대로 마음을 놨다.


토요일 아침, 주말이 아쉽다는 마음보다 얼른 나아야 월요일 새벽에 다시 운동하러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고 조금은 회복이 되었다 싶었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갔다가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를 갔는데 다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목이 붓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목이 어느 정도 붓고 나니 귀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두통과 근육통도 세트로 딸려 왔다. 일단 월요일 운동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둘째가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요일 아침, 그녀는 아픈 몸을 가지고 잠에서 깼지만 쉴 수도 없었다. 기침이 심상치 않은 둘째를 유치원에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운동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요즘 감기 환자가 많다더니 대기 67번, 접수하고 세 시간이나 기다려서 진료를 받은 소아과에서 둘째의 증상은 단순 감기가 아닌 아데노 바이러스라 말했다. 자신의 증상도 그저 감기몸살이 아니라 아데노 바이러스일 수 있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운동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놔야겠다 생각한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함께하고 있는 운동 커뮤니티에, 아프다는 소식을 이미 알렸었다. 잠시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주말을 쉬고 다 회복이 안 되면 월요일 정도는 운동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틀렸다. 월요일이던 어제, 그녀는 다시 생각했다. 아마 일주일 정도는 운동하기 어려울 거라고. 목이 아파 귀도 머리도 웅웅 거리는 상태로, 하루만 쉬면 다시 새벽을 깨우고 나가 달릴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시 막막해졌다.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건강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 매번 이렇게 아프곤 했다. 나름대로는 무리하지 않는 선을 지켰다고 생각할 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그렇다. 욕심대로라면 5시에 기상하고 싶은 걸 꾹 참고 6시에 일어났다. 운동시간도 그렇다. 한 시간도 아니고 단지 30분이다. 30분 동안 달린 것도 아니다. 조금 빠르게 걸었을 뿐이다. 그중 고작 2,3분을 뛰었다. 그런데 또 아프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다 그녀는 생각했었다. 아프다고 쉬는 건 내 의지가 약해서일까?


어떤 사람들은 몸이 약했는데 운동을 통해 건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렇게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운동했다는 말일까? 그럼 지금 나도 쉬면 안 되는 걸까? 근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면 당연히 그건 억지다. 아플 때는 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해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 온 그녀였다. 대부분의 것들을 그렇게 극복해 왔다. 그런데 운동은 무리가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였고, 그래서 운동은 그녀의 좌절 버튼이기도 했다.


몸이 신호를 보내도 쉬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그렇게라도 무언가를 해내는 게 좋았다. 그런데 운동은 그게 되지 않았다.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큰 아픔이 왔다. 큰 병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헷갈렸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너무 약한지도 모르겠다고. 큰 병도 아닌데 이쯤은 버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를 닦달하기도 했다.), 남들 다 하는 감기나 장염 같은 질병이 아주 큰 폭풍으로 찾아왔다. 고열로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거나, 장염에 경련이 같이 와서 응급실에 가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그러니 멈추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또 그런 상황이 되면 멈춰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길게 설득을 한 후에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멈춰버린 운동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멈추고 나면 다시 돌아갈 힘이 나지 않았다. 며칠 만에 다시 아플까 봐. 그러면 어차피 또 멈춰야 하니까. 굳이 다시 해야 할까 싶었다.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의욕이 쉽게 꺾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운동은, 재능도 없는데 흥미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멈추지 않겠다 다짐해 본다. 이번에도 그만두면 다시 시작하지 못하리란 두려움 때문이다.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있고, 매일 남기는 운동일지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쉬었다가 다시 걷고 다시 1분, 2분 뛰는 시간을 늘려가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쉬지 않고 운동해서가 아니라, 쉬었지만 다시 할 수 있어서 이 운동 목표는 완성될 거라고 믿어본다. 그리고 지금은 몸의 통증들이 사라질 때까지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쉬자고 굳게 결심한다. 생각해 보면 사실 그녀가 자주 아픈 건 운동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꽤나 자주 잔병치레를 하는 그녀니까. 그러니 그저 매일을 살듯, 운동도 슬금슬금 해나가면 되는 거 아닐까.


주말의 그녀와 그녀의 둘째. 이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꽤 나아졌다 느꼈었다.


* 아데노 바이러스인지 감기몸살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누구나 겪을 법한 증상으로 왜 이렇게까지 비장해지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된 경험은 트라우마처럼 스스로를 가두는 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운동할 때마다 찾아오는 이런 잔병들이 그러합니다. 아마도 매일 쓰는 이 3인칭 관찰자 러닝일지 덕분에, 이번에는 그 틀을 깰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남깁니다. 쉬어야 하는 날의 마음에 대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동과 글쓰기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