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운동이 좋은가 봐

운동 11일 차

by 쏘냐 정

여전히 목이 부어있다. 조금 더 심하게 부으면 귀까지 아프고 덜할 때는 이제 좀 나았나 싶다. 특히 밤이 될수록 인후통이 심해진다. 낮에는 이제 이 정도면 운동을 해봐도 될까 싶다가, 잠들 시간이 되면 역시 내일도 안 되겠다 싶다. 그녀는 어제도 몇 번이나 '새벽에 일어나도 될까', '운동이 될 만큼 빠르게 걸어도 될까' 고민했다. 그래도 아직 뛰겠다는 욕심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 나을 때까지 운동을 쉬어야지 생각해 놓고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얼마 전, 마이오케어라는 브랜드의 챌린지 프로그램을 신청했던 것이다. 매일 운동하고 마이오케어의 영양제를 챙겨 먹는 프로젝트인데, 17 만원 상당의 영양제를 무료로 먹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차피 '낭만워킹' (그녀가 요즘 걷고 뛰는 커뮤니티)에서 일주일에 5일은 걷고 뛰고 있으니 큰 무리가 없겠다 싶어 얼른 신청했다. 그런데 하필 그 시작시점이 오늘이었던 거다. 이번주 운동은 쉬겠다는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이었다.


이 챌린지 프로그램을 위한 OT가 어제저녁에 있었다.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주에는 운동은 하지 않고 영양제 챙겨 먹기만 하겠다고 말해야지 마음먹고 들어간 OT자리였는데,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오히려 마음의 바뀌었다. '무리하지 않는' 움직임을 더하기만 하면 될 것 아닌가. 내일부터는 10분이라도 산책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다. 그녀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그러니 새벽에 일어나는 건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기'를 마음에 새기며, 푹 자고 일어났다. 대신 오전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등원 등교시키고 딱 20분만 산책하듯 걷다 들어와야지. 오랜만에 탄천길에 올랐다. 천천히, 천천히. 마음으로 되뇌면서도 자꾸 걸음이 빨라졌다. 이왕 나온 거 조금이라도 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다행인 건 그때마다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 '워워'하며 정말 몸이 괜찮은지를 물을 여유도 생겼다.


집에서 출발해 반환점까지 간다. 반환점까지 가는 동안은 그만 돌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지만, 이미 어느 지점까지 가 있다면 집에 가는 길은 줄일 수가 없다. 힘들어도 집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가면서 계속 묻는다. 돌아갈 힘이 남아있는지. 아무 생각 없이 힘들 때까지 걷다가는, 돌아가는 일이 무리가 되고 말 테니까.


그렇게 걸으면서 그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바심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걷고 뛰겠다는 100일을 못 채울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건강해지고 싶어서지만, 내 의지대로 걷고 뛰는 운동은 그녀가 좋아하기도 하는 일이었던 거다. 그저 건강하고 싶어서 억지로 하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픈 게 운동을 쉴 기회가 아니라, 운동을 할 수 없는 걸림돌로 느껴졌던 거다.


지난여름부터 겨울까지 했던 필라테스를 떠올렸다. 운동하러 갈 때마다 운동효과가 팍팍 느껴졌고 보람도 있었는데, 매번 가기가 싫었다. 끝나고 오면서는 역시 운동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왜 다음 시간이 되면 또 가기 싫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해야 운동이 된다길래 세 번으로 늘리면 바로 몸살이 났다. 그래서 못 가게 되는 날은 이렇게 조바심이 나진 않았다. '오늘은 아파서 못 가는 거야.'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했다.


그녀가 아파서 운동을 하지 못할 때 원망했던 약함은 사실 몸의 약함이 아닌 마음의 약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게 '하기 싫어서'인지 '아파서'인지가 늘 불분명했던 거다. 그래서 자꾸 아픔과 게으름을 동일시했다. 한 번도 그렇게 명확하게 연결한 적은 없지만 무의식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매번 물었던 거다. '아프다고 운동을 쉬는 거 정말 괜찮을까? 내가 게으른 게 아닐까?' 언제나 가기 싫었던 마음이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현실화될 때마다, 진짜 이유가 뭔지 헷갈렸다.


이번엔 다르다는 게 위안이 됐다. 그녀는 분명 나가서 걷고 싶다고 느꼈다. 3분 이상을 뛰는 날도 얼른 맞고 싶다. 그러니 쉬겠다는 마음도 먹은 거였다. 무리하고 크게 나가떨어지면 다시 이어 붙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니 이번에는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몸을 조금 더 살펴야지.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게으름'이 아니라 '보살핌'이라고 자신에게 한번 더 말해본다.


오늘은 산책에 성공했다. 사실, 완전히 천천히 걷지는 못하고 조금은 빠르게 걸었지만, 그래도 그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지 않았으니 토닥토닥. 이번주는 이렇게 조금씩 걷기로 한다. 그리고 다음 주, 상쾌해진 컨디션으로 새벽을 달릴 날을 기대한다.



* 3인칭 관찰자 러닝일지 지난 글


https://brunch.co.kr/@jsrsoda/136


https://brunch.co.kr/@jsrsoda/141


https://brunch.co.kr/@jsrsoda/14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속할 수 있다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