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더 천천히

운동 12일 차

by 쏘냐 정

잠을 설쳤다. 호흡이 긴 고전 소설을 시작한 탓이다. 지금 그녀가 읽고 있는 소설은 <제인에어>. 어린 시절 분명히 읽었지만 전체 흐름만 생각날 뿐 상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간중간 굵직한 사건이 나올 때마다, '맞아. 이런 내용이었지. 이런 사건이 있었지.' 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음이 궁금한 건 그 사건이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이 공간이 전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에서 어떻게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더라? 그게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늦어도 11시에는 누워야 숙면을 취할 수 있는데, 결국 1시가 다 되어서야 그만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선잠을 자다가 아침을 맞았다. 생각보다는 괜찮았지만, 또 완전히 괜찮지는 않았다. 어제처럼 아이 등원버스를 태워 보내고 바로 탄천으로 가면 딱 좋다 싶은데, 오늘은 10시에 줌 강의도 하나 있었다. 30분을 채우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오후에 아이가 태권도에 간 시간을 활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대에 얽매이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오전이 다시 오후가 돼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시간을 줄이더라도 등원 직후에 걷는 걸로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이미 자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전보다 오후에 더 운동하기 싫어질 마음을 말이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지금 나가야 오늘의 운동을 완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 등원 나가기 전 야무지게 선크림까지 챙겨 발랐다.


"새벽기상이랑 걷기랑 2분 뛰기를 한 번에 시작하신 것 같더라고요." 언제나 그녀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지인이 어제 메시지를 보내왔다. "네, 맞아요. 사실 그랬지요."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오늘 글을 읽어보니 스스로 이미 깨달으신 것 같아요." 이렇게 덧붙이는 지인의 말을 듣고서, 그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조급했다는 걸 깨달았고, 다시 천천히 하기로 마음먹은 건 맞다. 그런데, 새벽기상과 걷기와 1분부터 뛰기 시작하기를 동시에 시작한 게 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보니, 그래, 그 시작부터가 무리였다. 좀 더 천천히 뛰기에 도전했어야 한다.


100일은 충분한 시간일까? 어쩌면 그녀는 100일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그러니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번 도전이 100일이라고 해서, 100일 후에 뛸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사라져 버리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그 안에 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조급해졌었다. 다시 한번 그녀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떠올려 본다. 건강해지는 것.


어제 시작한 챌린지 과정 밴드에 프로젝트 리더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었다. 본인도 체력이 약한 편이라 대표님께 (대표님은 의대 교수님이시다.) 여쭤봤는데, 예전에는 힘들어도 고강도운동을 이어가는 걸 권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도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이 있다고 하셨다고. 저강도 '운동'. 그래. 그저 걷는 것도 운동이다. 천천히, 더 천천히 가보자고 그녀는 다짐한다. 뜨거운 해를 피하고 싶어 다시 새벽으로 돌아가야겠다 싶지만, 새벽으로 돌아갔다고 그와 동시에 다시 달리기에 도전하지는 않겠다고. 새벽으로 돌아가고, 천천히 걷고, 조금 더 빨리 걷고, 다시 1분씩 달리기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조금 더 천천히 밟아나가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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